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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지하철 시위’ 현장 찾아…장애인 단체 “20년 넘은 요구안만 또 설명,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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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29 09:51:11 수정 : 2022-03-29 12: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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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오전 경복궁역 방문해 전장연과 면담
“시민 불편 주는 출근길 시위 멈춰달라”
전장연 “내달 20일까지 답변 달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면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수연 인턴 기자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 현장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방문해 의견을 청취했다. 이 단체는 이 자리에서 인수위가 이 같은 정책 제안에 대한 답 대신 원론적 이야기만 고수했다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29일 오전 7시40분부터 약 30분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회의실에서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임이자 간사(국민의힘 의원)와 김도식 인수위원(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만나 요청안을 전달했다.

 

전장연은 이 자리에서 인수위에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한 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정확한 답을 달라”고 촉구했다.

 

그간 이들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 ▲2023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탈시설 권리예산 807억원 반영 ▲장애인 활동 지원 위한 예산 2조9000억원 편성 ▲하루 24시간 활동 지원 등을 요구했었다.

 

이에 인수위 측은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과 애로사항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이런 요청안을 실현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임 간사는 면담에서 “(전장연 측이 요구한) 12대 정책 제안과 40대 과제를 중기적으로 검토하고 여러 부처가 논의하고 있다”며 “출근길에 (시위를) 하고 계신 만큼 절박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부분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시민께서 불편을 겪고 계시고 있고, 또 우리(인수위)가 과제를 받아 정리하는 과정에 있어 뵙는 게 낫겠다 싶어 경청하러 왔다”며 “소통과 통합을 내건 윤석열 정부는 여러 단체와 소통해서 장애인 여러분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출근길 시민이 불편을 겪는 만큼 공식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전장연 측은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한 뒤 다음날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 등이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서울교통공사 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 대표 등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경석 전장연 공동 대표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20년 동안 기다렸지만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중요 과제로 방향을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는 또 인수위에 내달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단체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임 간사는 “말씀을 충분히 알겠다”며 “단기적으로 할 건 하고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전장연은 이 자리에서 단체의 시위를 연일 비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임 간사는 “이 대표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회의에 참여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인수위 측에서 어느 정도 진척된 사안을 가져와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또다시 우리가 20년 넘게 말해왔던 요구안만 설명하고 끝이 나 실망했다”면서 “저희가 제안했던 정책 제안에 대해 답을 가지고 오셔야지 의견을 들어보러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시간 전장연 소속 회원들은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발언에 나선 이재민 활동가는 “시민께서 왜 하필 지하철에서 시위하느냐고 항의하신다”며 “우리는 이동권에서부터 권리가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권리예산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를 향한 날이 선 반응도 나왔다.

 

한 활동가는 “누가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려고 21년간 투쟁하겠느냐”라며 “이 대표의 발언은 옳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갈라치기니 볼모니 불편을 야기한다니 등의 말도 안 되는 언어로 (우리의 외침이) 표현되고 있다”며 “한 나라의 당 대표가 ‘장애인이 시민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미지를 심도록 유도하는 발언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위에 동참한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도 “평범하게 누군가를 만나고 일하며, 무심하게 누리는 권리를 장애인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를 겨냥해 “선량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했다고 갈라치기와 혐오를 선동한다”며 “한명의 정치인으로서 서울시의원으로서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했다.

 

아울러 “교통약자편의증진법에 따라 서울시는 저상버스를 100% 도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2021년까지도 그러지 못했고 (오히려) 예산을 삭감했다”며 “장애인이 명백한 차별을 받는 사례와 통계가 넘쳐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철 시위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듯 권 의원은 “(이렇게 시위를 이어가는 건) 장애인이 성역이어서도 아니다”라며 “장애인이어서 또 장애인이 되어서 시민 모두가 누리는 권리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건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과정”이라며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체는 기자회견 후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인근 혜화역으로 이동해 승강장 출근 선전전을 이어갔다.


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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