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전국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매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민간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및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의 가격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잠잠했던 전세 시장 또한 봄 이사 철 도래와 은행권의 전세 대출 재개가 맞물리며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전날 기준 9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4천64건)부터 올해 2월(805건)까지 7개월 연속으로 감소해오다 8개월째 증가로 반전된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2006년 월별 통계 집계시작 이후 처음으로 1천건을 밑돌면서 바닥을 친 이후 대선을 계기로 반등한 셈이다.
매매 계약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천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건축과 대출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등 새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 문의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4일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한 달 새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며 오름폭을 키우는 양상이다.
민간 시세 조사 업체인 부동산R114 통계로는 대선 직후 한 달 동안 용산구 아파트값이 0.38% 올라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구(0.33%), 동작구(0.13%), 강남구(0.11%), 서초구(0.09%), 양천구(0.07%), 구로구(0.06%), 노원구(0.04%) 등의 순이었다.
특히 서울 25개 구 가운데 대선 직후인 지난달 11일 조사 당시 아파트값 상승 지역이 7곳이었으나 대선 약 한 달째인 지난 8일 조사에서는 상승 지역이 12곳으로 늘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대선 직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은 도시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급매물이 소진되는 가운데서도 지역·단지별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잇달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41㎡는 지난달 17일 59억5천만원(4층)에 직거래되면서 직전 최고가인 2020년 12월의 52억원(13층) 대비 7억5천만원 올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재건축 기대감이 큰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반등세를 보였으나 전체적으로는 급매물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고, 매물은 되레 한 달 전과 비교해 늘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 대비 7.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와 월세 물건은 각각 16.9%, 16.7% 감소했다.
전·월세를 합한 임대차 물량은 이 기간 송파구(-24.4%)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이어 영등포구(-23.4%), 성북구(-23.3%), 도봉구(-21.6%), 강동구(-21.4%), 광진구(-21.2%), 서대문구(-19.7%) 등의 순이었다.
이는 겨울방학 이사 철이 끝나고 곧바로 봄 이사 철을 맞이하면서 임대 수요가 증가한 계절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 전세의 경우 최근 시중 은행들이 전세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면서 수요와 가격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 전용 84.98㎡는 지난 2일 13억원(23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고공 행진했던 지난해 10월 19일의 종전 최고가 10억원(19층)보다 3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최근 지표상으로 서울의 전·월세 시장은 안정세를 나타내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월세 물건의 만기가 돌아오는 8월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월부터는 지난 2년간 가격을 5%밖에 올리지 못했던 임대인들이 한꺼번에 향후 4년치 인상분을 반영하면서 일시에 전·월세 가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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