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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가득 초록숲길 걸어볼까 인생샷 포인트 분홍꽃길 취해볼까 [지방기획]

입력 : 2022-04-14 01:00:00 수정 : 2022-04-13 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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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은 거대한 자연테마파크

3㎞ 숲길 수려한 국립칠곡숲체원 걷다
신동재고갯길 아카시아 터널 나오면
가산수피아 핑크뮬리 정원 관광객 마중
양떼목장·오토캠핑장 가족 방문객 반겨
국립칠곡숲체원 여름철 전경. 국립칠곡숲체원 제공

‘6·25전쟁 최대 격전지’, ‘다부동전투’, ‘한국전쟁의 마지막 보루’….

경북 칠곡군에 관해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칠곡을 기억하는 이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부분 전쟁과 관련이 깊다. 실제로 칠곡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 만인 1950년 8월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당시 국토의 90%를 잃은 상황에서 칠곡은 낙동강 방어선의 마지막 보루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전투가 이어졌고, 낙동강은 55일간 피로 물들었다고 전해진다. 칠곡은 다부동전투의 승리로 반전을 꾀한 곳이다. 인천상륙작전을 가능하게 만들어 ‘호국 평화의 도시’라는 별칭도 얻었다. 칠곡군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도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칠곡은 영남권에서 대도시로 분류되는 대구·구미와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좋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딱 맞는 비대면 관광지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타고 양떼에 건초도 줄 수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칠곡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 벗 삼아… 피톤치드 가득 ‘숲속 힐링’

13일 칠곡군에 따르면 해발 839m의 유학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 칠곡숲체원은 숲속에 호수를 끼고 있어 사계절 내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3㎞에 달하는 숲길은 조용히 산책을 즐기며 산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칠곡숲체원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운영하는 전국 5곳의 숲체원 중 하나다. 숲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여기에 숙소와 식당, 다목적강당 같은 부대시설을 갖춰 편리함을 더했다.

 

신동재 고갯길은 40~50년 된 아카시아가 즐비하다. 해마다 5월 초면 아카시아 하얀 꽃송이가 흐드러지게 펴 마치 동화 같다. 칠곡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1999년부터 신동재의 아카시아를 소재로 축제를 개최해 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쉽게도 지난해 축제는 취소됐지만 아카시아 향기는 변함 없이 향긋하다.

가산수피아에서 나들이객이 절정에 달한 핑크뮬리 군락지를 산책하고 있다. 칠곡=연합뉴스

전국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인 가산수피아는 입소문을 타고 사진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개장한 지 2년여 만에 50만명이 찾아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곳 공룡뜰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등 공룡 조형물이 설치됐다. 몸길이 42m의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어른의 눈도 휘둥글리게 만든다. 알파카랜드에서는 알파카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핑크뮬리 군락지는 가산수피아의 하이라이트다. 이 밖에도 제철을 맞은 꽃들이 바람에 나부껴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썰매도 타고 양떼목장도 가고”

칠곡보 사계절썰매장은 아이를 둔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옆에 문을 연 사계절썰매장은 낙동강 변에 조성됐다. 3만7000㎡ 부지에 여러 가지 체험 시설을 갖췄다. 썰매장과 전동카트 체험장, VR체험장, 어린이 놀이터, 쉼터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썰매장은 100m 길이 레인에 10명이 동시 탑승할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3번의 굴곡 슬라이드를 갖춰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칠곡 양떼목장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양떼목장을 떠올리면 강원도의 대관령을 생각한다. 하지만 칠곡 양떼목장도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푸른 잔디가 뒤덮여 있는 초원 위에 양떼가 무리 지어 다니는데, 단연 인기는 양 먹이 주기 체험장이다. 건초 한 바구니를 받아 양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양모 공예와 트랙터 마차 타기 등 체험 행사도 참여 가능하다. 또 트랙터를 타고 목장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 초원을 즐길 수 있다.

칠곡보 오토캠핑장에서 가족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보 오토캠핑장은 낙동강의 강바람과 확 트인 전망 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설캠핑장에 비해 이용료가 저렴하고 샤워실과 음수대,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를 통해 접근성이 좋고, 사이트 4배에 해당하는 넉넉한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 캠핑뿐 아니라 즐길거리도 많다. 관호산성 둘레길과 칠곡보생태공원, 꿀벌나라테마공원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인근에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한다.

다부동지구전적비 기념관 전경.

◆백문이 불여일견… 눈으로 담는 역사

칠곡은 뼈아픈 역사의 중심지 중 하나다. 이 중 다부동전적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대구 사수의 보루였던 다부동전투의 승리를 기념한 공간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전쟁의 아픔과 비극을 상기시키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은 전쟁 기념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호국전시관과 전투체험관, 어린이평화체험관, 4D입체영상관, 체험실, 다목적용 컨벤션센터, 전망대 등을 갖췄다. 야외에는 1129일간 이어진 6·25전쟁을 상징하는 높이 11.29m의 호국평화탑과 인공폭포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췄다.

왜관전통시장도 꼭 방문해야 할 코스 중 하나다. 이 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오일장도 병행한다. 장날인 끝자리 1일과 6일에 찾으면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띤다. 시장을 걷다 보면 커다란 가마솥에 종일 푹 곤 국밥이 식욕을 자극한다. 이 식당 주인은 고기와 순대를 토렴해 손님상에 올린다. 갓 튀겨내 설탕을 듬뿍 묻힌 즉석도너츠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가격도 저렴해 간식으로 가볍게 먹기에 더없이 좋다.

◆백선기 칠곡군수 “11년전 채무1위 불명예… 3선하며 재정건전성 향상”

 

“칠곡 벌꿀참외는 맛과 당도, 식감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백선기(사진) 칠곡군수는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칠곡 벌꿀참외’의 맛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백 군수는 “칠곡은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물 좋고 산 좋은 청정지역으로 우수한 농산물이 많이 생산된다”면서 “특히 벌꿀참외는 한번 맛본 사람은 또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칠곡 벌꿀참외는 착과제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비닐하우스에 벌을 풀어 자연수정 방식으로 재배한다. 이 때문에 맛과 당도 등이 뛰어나 고품질 참외로 소비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칠곡에서 생산하는 벌꿀참외는 전국 시장점유율의 20%를 차지한다. 현재 800여개 농가가 450㏊에서 참외를 재배하고 있다.

 

백 군수는 ‘올해 군정의 역점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신규 사업 추진보다는 마무리에 방점을 두되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민생 안정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 군수는 채무가 많던 칠곡군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2011년 칠곡군은 전국 82개 군(郡) 단위 자치단체 중 ‘예산 대비 채무비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한 해 이자로만 3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며 “2012년부터 ‘채무제로화 재정건전화 로드맵’을 마련해 채무 청산작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냈고 지금은 어떤 자치단체보다 재정건전성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백 군수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거나 일상 속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자고산’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자고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했을 만큼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면서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상징하는 5.5m 높이의 촛불 모형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을 바라보면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군수는 내리 연임에 성공한 ‘칠곡의 첫 3선 군수’다. 백 군수는 주민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칠곡군에 남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며 “눈앞의 인기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세대를 위해 일한 군수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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