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살 수 있지만 다른 대학 보내나”
자녀들 의학교육입문검사 응시 묻자
“다른 보직 수행할 때라 잘 몰라” 답변
학부생 논문 참여·봉사활동 특혜 부인
정교모 “국민들 쉽게 납득하지 못 해”
전 의협회장도 “이해충돌 명백” 비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 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가족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자녀가 모두 일반 입학이 아니라 편입학 제도로 자신이 고위직에 있던 경북대 의대에 들어간 만큼 ‘이해충돌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사편입은 일반 국민들께서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생겼다가 2015년 다시 의과대학 체제로 돌아가면서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4년간 의대 정원 30%를 특별전형으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구제책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 자녀들이 고교 졸업 후 대입할 때는 대졸자만 받는 의전원 중심이었는데, 대학 재학 중 의전원이 줄어들고 다시 고졸을 받는 ‘학부 의예과’가 부활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의대편입 준비생들은 의전원 입시를 함께 준비한다. 입시에 반영은 안 하더라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시험은 사실상 필수로 치른다. 이날 MEET를 함께 치렀냐는 질문에 정 후보자는 “의전원도 같이 준비했다”면서도 “아마 그 당시에 제가 다른 보직을 수행할 때라(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EET가 필요한 학교도 있고, 필요 없는 학교도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 자녀 MEET 점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만일 MEET에 응시조차 안 했다면 경북대 의대만을 노리고 준비한 ‘아빠 찬스’ 입시라는 의구심이 더 커질 수 있다.
정 후보자 아들은 전년도 일반전형에서 떨어졌으나 후보자가 병원장이 된 뒤 생긴 지역인재특별전형에서 합격했다. 경북대병원장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입학한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정 후보자는 “대구에서는 경북대라는 곳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병원”이라며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그 학교에 있다고 해서 제가 아들, 딸들을 다른 학교에 보내야 된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점도 헤아려달라”고 했다. 본인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입시에 관여할 여지가 있는 학교 고위직 자녀가 연달아 편입으로 합격한 부분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도 페이스북에 “그의 자녀가 편입할 때만 특별히 유리했던 특별전형 제도가 존재했고, 후보자 및 딸과 인연이 깊은 심사위원들 3명만 구술평가시험에서 만점을 준 것 등에서 불법은 없었을지라도 도덕적·윤리적 문제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해충돌의 문제가 명백히 존재하므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 논문 공동저자 의혹에 대해서도 “학부생이 논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유일하지도 않다”며 “연구를 주도한 아들의 지도교수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어떤 청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병원장 시절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병원장이 관례적으로 방문해 왔다”며 “(외국 거주 동문들에게) 후원을 받거나 감사를 표하는 일도 중요한 병원장 업무”라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가 골프를 치지 못하기 때문에 외유성 일정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자녀의 경북대병원 봉사활동은 전혀 특혜가 아니고, 일반인도 신청하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단체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전날 입장문에서 “정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에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자녀 의대·논문 공동저자 등록 ‘판박이’ 청년들 분노한 ‘기회의 평등 박탈’ 의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의혹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장관 자녀 의혹은 교육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물론 ‘기회의 평등’을 박탈당한 20대 청년들한테 큰 상실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정 후보자 자녀 의혹도 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국 사태’와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은 출발점은 다르지만, 우리 사회 민감한 교육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 입시비리는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시에 필요한 각종 표창장을 정 전 교수가 위조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및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 등도 모두 허위임이 드러났다. 입시비리 관련 혐의 7개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고, 정 전 교수는 징역 4년 중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장관 역시 딸의 일부 스펙 위조에 공모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전 교수에 대한 확정판결에 따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는 조민씨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입학 취소를 막기 위한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 후보자의 자녀 역시 의대에 들어간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및 부원장으로 재직한 기간, 아들과 딸이 나란히 경북대 의대에 편입해서다. 다만 정 후보자 자녀들은 조 전 장관 딸과 달리 대학을 졸업한 뒤 편입한 과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이 학부생 시절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두 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점도 조 전 장관 자녀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의 딸은 고교생 시절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반면 정 후보자 아들은 대학 재학 중 지도교수에게 요청해 평소 관심 분야인 공학 관련 논문에 참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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