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와 공범 조현수(30)가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의 오피스텔에서 검거된 가운데, 경찰은 이들이 공개수배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지인과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뉴시스 등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공개수배 나흘 뒤인 이달 3일 지인의 승용차를 이용해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숙박업소 예약 당시 이들은 다른 사람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황을 파악한 경찰은 차량 조회 등을 통해 여행에 동행했던 지인 신원을 확인했고, 그로부터 이씨와 조씨가 고양시 덕양구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은 서울지하철 3호선 삼송역 일대에서 이씨와 조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딸이 자수를 희망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6일 낮 12시25분쯤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의 오피스텔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씨와 조씨를 검거해 검찰에 이들의 신병을 인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인천지검과 함께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합동 검거팀을 꾸렸다. 당시 광역수사대는 11명의 수사관을 편성했으나 최근 삼송역 일대를 탐문하기 위해 검거팀 인원을 42명으로 대폭 늘려 뒤를 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와 조씨는 조사 과정에서 ‘권리’를 주장하면서 수사관의 질문 등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변호인을 동반하지 않는 조사에는 임할 수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또한 수사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검찰에 비협조적이다.
검찰은 이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 2019년 6월30일 이씨의 남편 윤모씨(사망 당시 39세)와 함께 가평 용소계곡을 찾았다가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다이빙을 하도록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8억원에 이르는 윤씨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다. 또 3개월 뒤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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