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봉사활동 등 정호영·조국 자녀의 스펙 쌓기 비슷
후보자 “단 한건의 불법도 없다” 해명에도 논란 이어져
“조국 전 장관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낙점한 정호영 후보자의 아들 스펙 만들기 논란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청년들은 ‘제2의 조국사태’라며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 정부에 기대했던 공정과 상식에서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빠가 나온 학교에 가고 싶었겠죠”… 해명에 분노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윤석열 당선인의 최선이 정호영(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가요?”
경북대 의대 졸업생인 전문의 김모씨는 정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에 관여했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해 “공정과 상식을 말하던 윤석열 당선인이 이런 인사를 장관 후보자로 세운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다른 게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나온 학교에 가고 싶었겠죠’라는 정 후보자의 해명은 도저히 지금 청년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식 밖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15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굳이 두 자녀 모두 다 경북대 의대를 보낸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빠가 졸업한 학교에 가고 싶었겠죠”라고 말했다.
김씨 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애타)의 경북대 홈페이지에는 “수사도 하기 전에 의혹을 묻어 버리려 하지 마라”, “조국이랑 똑같다. 내로남불 없이 검증하고 볼 일이다” 등 정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학에 분노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정 후보자는 “단 한건의 불법도 없었다”며 “필요하다면 직접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새정부 측 인사들 역시 “조작했나 위조했나 조국가 뭐가 같냐”는 등 정 후보자를 감쌌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호영과 조국의 자녀 의사 만들기 ‘닮은 꼴’
정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이를 저지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아빠 찬스 논란을 상반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정 후보자를 보호해야 하는 새 정부 측은 조 전 장관과 달리 허위로 만들어진 스펙이 없었다고 강조하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선을 긋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를 냈던 윤 당선인의 내로남불”이라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정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의 스펙 쌓기는 조 전 장관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과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선 정 후보자와 조 전 장관, 두 사람의 자녀들 모두 의대 편입학과 의전원 입학 과정에서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학부생 시절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두 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조 전 장관의 딸은 고교생 시절 의학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된 것이 논란이 됐다.
정 후보자 아들은 대학 재학 중 지도교수에게 요청해 평소 관심 분야인 공학 관련 논문에 참여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논문 2편에서 정 후보자 아들만이 유일한 학부생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며, 그만큼 논문에 큰 기여를 했느냐는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자녀가 부모의 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도 비슷하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2015~2016년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처장(부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2017년과 2018년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 각각 합격했고, 편입학 서류에는 경북대병원 봉사활동 내역이 포함됐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역시 어머니가 재직 중인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법원에서 위조 또는 허위인 것으로 결론이 난 ‘동양대 표창장’을 서울대와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활용했다.
정 후보자의 경우 위조는 없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불법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부모 찬스를 썼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밖에 편입을 심사한 의대 교수들이 당시 병원의 부원장이었던 정 후보자의 자녀들을 모를 수 있는지와 정 후보자 아들이 편입한 2018년에 지역출신 특별전형이 신설되고, 학칙보다 지역인재를 많이 뽑은 점도 논란거리다.
◆출범 전부터 도덕 시험대 오른 윤정부
윤 당선인의 입장에서 이 같은 의혹을 일개 장관 후보자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시절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갈라서게 된 계기가 바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였다. 윤 당선인은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로 ‘명령 불복종’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비판까지 감수해 야했고, 윤 당선인이 검찰을 나와 현실정치로 뛰어드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윤 당선인의 이미지도 이때 청년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이런 연유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의 출범 초기와 비교해 국민들의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국민의 눈 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를 장관에 앉혀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당으로서는 6·1 지방선거에 미칠 여파도 고려해야 한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 후보자 논란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자식들이 의대에 편입하는데 후보자의 사회적 자산이 작용했을 수가 있고 그 부분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불공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품격과 도덕성이 필수인 고위공직자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공정을 바랐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국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며 “정 후보자가 거취에 대해 직접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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