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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망상” 당 내 비판에도… ‘탈당 꼼수’ 민주, 검수완박 강행

입력 : 2022-04-21 06:00:00 수정 : 2022-04-21 07: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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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개최
무소속으로 배치… 안전장치 재정비
朴의장도 출장 연기… 처리 속도
국민의힘 “짜고치는 고스톱” 반발

‘법안 반대’ 무소속 양향자 대신
탈당 민형배를 야당 몫으로 배치
안건조정위 카드 무력화 전략 써
양의원 “경악스러운 발상” 직격
이상민·조응천도 당 결정에 반발
“정치 희화화… 소모품으로 전락”
정의당도 “민주주의 테러” 반발
민주당 “당력 총집중” 강행 의지

법안 곳곳 모순 잇따라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 제1소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개회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하려고 ‘의원 위장 탈당 꼼수’를 꺼내 들었다. 여기다 관련 법안들을 논의 3일 만에 곧바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강행 처리 속도전에 나서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임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비교섭단체 소속(무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검수완박’ 법안이 안건조정위로 갈 경우에 대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을 심어 놓는 ‘꼼수 탈당’을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소청법 제정안 등에 대해 국민의힘보다 먼저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 조정이 필요한 안건을 논의하려고 설치되는 기구로 21일 오전 열린다.

민 의원의 탈당은 안건조정위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키고,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처리를 향한‘가속페달’을 밟겠다는 민주당의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안전장치 재정비인 셈이다. 안건조정위는 법사위 소속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며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안건조정위를 통과하면 소위심사를 거친 것으로 간주된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의 해외순방 보류선언도 민주당으로서는 강행 처리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됐다. 22일 국회 본회의를 열었을 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도 다음 주 중 이를 저지하고, 4월 본회의를 조기에 중단한 뒤 쪼개기식으로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법안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박병석 국회의장. 연합뉴스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 된다. 어렵고 복잡할수록 원칙대로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며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꾸짖었다.

 

국민의힘도 강력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민 의원의 탈당은 안건조정위를 형해화하려는 용납될 수 없는 꼼수”라며 “상임위 정수에 맞춰 탈당한 의원에 대해 강제 사보임해 주실 것을 박 의장에게 강력히 요구한다”고 성토했다.

 

검찰은 직급별 전국단위 대표회의를 연쇄적으로 개최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년 만에 개최된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에선 검수완박 법안을 ‘범죄 방치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입장문이 채택됐다. 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는 만연하되 범죄자는 없는 나라’를 만들고, 힘없는 국민이 스스로 권익을 구제할 방법을 막아 결국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고통만을 가중하는 ‘범죄 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20일 열린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민형배 의원. 뉴시스

◆민주, 양향자 반대에 ‘위장 탈당’ 무리수… 국민의힘 “국회법 농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강대강 대치가 20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전날 파행을 부른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속개됐지만,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과 무소속행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전날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법사위로 보임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검수완박 반대’ 문건이 공개되자 부랴부랴 민 의원을 ‘꼼수 재배치’했지만, 당 안팎의 거센 역풍을 불렀다. 양 의원은 “경악스러운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법사위는 전날 정회된 법안심사제1소위를 이날 다시 열고 법안 심사를 재개했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회의는 국민의힘 측의 사과 요구 등으로 시작이 다소 지연됐다. 전날 ‘저게’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최 의원은 이날 소위에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나 다르게 해석됐다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열린 1소위는 최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 의원 간 신경전 끝에 파행됐다. 최 의원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과 검언유착에 관한 설전을 이어가던 중 ‘저게’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최 의원이 전 의원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는 국민의힘 측이 민 의원의 탈당을 문제 삼으면서 오후 4시 다시 정회됐다. 전날 밤 검수완박과 관련해 국회에서는 메신저를 통해 양 의원 명의의 ‘반대 입장문’이 퍼져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으로서는 며칠째 연락 두절된 양 의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 때문에 당 지도부가 민 의원 투입이란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관련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정회 후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양향자 의원을 무소속이라며 법사위 사보임 하게 하더니 양 의원이 비판 입장을 보이자 급기야 민 의원을 탈당시켜 비교섭단체 몫으로 둔갑시켰다”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오직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해 반헌법적인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며 국회법을 농락하고 있다”며 “안건조정위의 본래 취지를 짓밟는 꼼수야말로 그토록 민주당이 비판해 마지않던 ‘법꾸라지’의 모습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이런 파행을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로 맞섰다. 통상 법안 처리 과정에서 그 법안에 반대하는 측이 마지막카드로 사용하는 안건조정위를 반대 쪽에서 사용한 것이다. 이는 민 의원 탈당과 함께 사실상 예견된 절차였다.

 

민 의원이 탈당하며 법사위 내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무소속 의원은 양 의원과 민 의원 2명이 됐다. 민주당은 양 의원 대신 민 의원에게 법사위 안건조정위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겨 법안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을 심사할 때 여야 3명씩 구성해 3분의 2 찬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최장 90일간을 숙의한다. 이 때 야당 3명에 무소속 의원 1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 그 무소속 의원은 법사위원장이 지정한다.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다. 박 위원장이 민 의원을 야당 몫 무소속으로 민 의원을 지정하면 찬반은 4대 2가 되기 때문에 안건조정위는 무력화된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예정된 회의에 법무부 관계자들이 출석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의당은 ‘민주주의 테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했는데 민 의원 탈당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었다. 과거 법사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의원은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응천 의원도 SBS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 보시기에 꼼수라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논란이 된 문건이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 뉴시스

민주당은 모든 당력을 동원해 계획대로 검수완박 입법을 완수할 태세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공화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검찰개혁 완수에 당력을 총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檢 수사권 삭제했지만… ‘특사경 지휘 규정’ 남겨 불명확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졸속·날림’ 법안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데 집중한 나머지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조항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법안 내에서조차 검찰 수사권을 일부 인정하는 ‘모순’이 발견돼서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로 여야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앞에 빨간신호등이 보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인 형소법 개정안에는 검찰 수사권 폐지와는 배치되는 조항이 지적됐다. 형소법 245조의 10이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했기 때문에 경찰관의 범죄 수사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도 할 수 없다. 그러나 특사경의 직무 등을 정한 형소법 245조의10은 그대로 유지해 ‘특사경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규정을 남겼다. 형소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하고는 같은 법에서 특사경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법대로라면 특사경에 대해 검사의 수사지휘가 가능한지 불명확하다. 법무부 검찰국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 검수완박 법안 검토 의견서에서 “기초적 검토마저 누락된 졸속입법”이라고 질타한 배경이다.

 

검찰국은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타 법률과의 충돌로 법체계의 정합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통신제한 조치 등을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검사의 노동관계 법령 수사권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검사의 피해자 조사를 담고 있는 성폭력처벌법 등을 예시로 들었다. 검찰청법과 형소법에선 검찰의 수사권이 삭제됐지만, 다른 법률들에서는 수사권이 살아있어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사의 1회 공판기일 전 증거보전 청구 규정을 유지하면서 이와 법적 성격이 같은 증인신문 신청은 사법경찰관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증거보전 청구 절차는 정상적인 증거조사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증거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될 염려가 있는 경우에 이용된다. 증인신문 신청은 증인(참고인)이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한 경우에 1회 공판기일 전에 청구할 수 있다. 시급성을 다투는 사안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최형창·박진영·박지원·박미영·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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