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내부망서 비판
부장검사들 9시간 마라톤 회의
“다수당이 국회제도 형해화 우려”
박범계 법무, 고검장과 간담회
장관에 검수완박 저지 역할 요청
더불어민주당의 민형배 의원 ‘꼼수’ 탈당을 통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폭주에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가 “유사 이래 첫 위장 탈당으로 ‘무효’”라며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서는가 하면,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는 “안건조정 제도를 형해화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대놓고 비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국 고검장들과 긴급 회동하며 중재에 나선 모습이다.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지난 2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위장 탈당의 효력은?’이란 글을 올려 “살다 살다 위장 탈당이란 걸 다 보게 된다”며 “국회의원이 소속 당과 통정(상대방과 짬)해 전 국민이 다 알도록 말이다”라고 운을 뗐다.
공 부장검사는 “민 의원이 민주당 당론을 따라 검수완박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잠시만 탈당하는 형식을 취해 안건을 처리하고, 즉시 복당한 후 민주당 일꾼으로 한 몸 바치려 하시는 것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진정한 탈당 의사가 없는 통정 허위 표시 아닌가. 통정 허위 표시는 무효다”라고 지적했다.
민법 제108조 1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 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공 부장검사는 “위장 탈당은 유사 이래 최초라 판례를 찾을 수 없지만 위장 퇴직이 무효란 판례는 많이 있다”며 동료 검사들에게 생각을 물었다.
부장검사 대표 69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장장 9시간에 달하는 회의 끝에 “검찰이 그간 수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국민들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172석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 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수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의 안건조정 제도를 비정상적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는 점도 심히 우려된다”고 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검찰 수뇌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부장검사 대표들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위 간부들에게 “형사사법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부장검사 대표회의 공보를 맡은 박승환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은 “수뇌부 사퇴를 포함한 모든 조치가 논의됐다”며 “당연히 저희(부장검사)도 직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범계 장관은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 고검장 6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박 장관이 현 사태와 관련해 고검장들을 만난 건 처음이다. 박 장관은 출근길에 “수사의 본질인 공정성 확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검장들 말을) 충분히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구자현 검찰국장으로부터 검수완박 법안의 주요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고검장들은 “이번 법안은 검찰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장관께서 역량을 발휘하여 법안을 저지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선 이날 간담회가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전날 민주당 김용민 의원에게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요?”란 문자를 보낸 것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 장관은 “누구나 ‘문자를 할까’ 이런 생각은 하지만 실행하는 건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수완박으로 사법경찰관리 지위가 박탈될 위기에 놓인 서울고검 관내 검찰 수사관 약 200∼250명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모여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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