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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6000만원 대기업 연구원인 ‘계곡 살인’ 피해자, 이은해와 결혼 1년만에 개인회생 신청

입력 : 2022-04-24 07:00:00 수정 : 2022-04-24 08: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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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가스라이팅' 살인혐의 입증 연결고리 사용 가능성 / 이은해 '복어 독 의혹' 부인…"검찰 강압수사" 역공
뉴스1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이은해(31·사진 가운데)와 조현수(30)에 대한 구속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검찰은 이씨가 남편 A씨(당시 39세)에 대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한 정황을 모아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한 연결고리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스라이팅 정황만으로는 논리적 비약에 그친다고 말한다. A씨가 계곡에서 사망에 이르게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에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남편 A씨는 피의자 이은해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스라이팅’은 어떤 사람의 심리상태에 조작을 가해 스스로를 불신하게 하고 가해자에 의존하게 하는 심리적 학대를 일컫는다. 범죄학에서는 ‘지배적 착취 관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은 당해도 당하는 줄 모른는 특징이 있다.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심리적 학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씨는 이 상황을 내연남인 조현수와 교묘하게 이용했다.

 

A씨는 사망 5개월 전인 2019년 1월 조현수에게 '은해에게 쓰레기란 말 안 듣고 싶어', '정신병자란 소리 안 듣고 그냥 존중받고 싶어', '이제 좀 무서워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봐', '나도 현수처럼 은해에게 인정받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조현수는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이은해에게 보내며 A씨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고 더욱 A씨를 가스라이팅 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은해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

 

이은해는 A씨가 고통을 호소하자 "내가 있잖아, 술 먹으면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막 대하거나 막 괴롭히거나 그래"라며 "내가 오빠를 무시하고 막 그래서 그렇게 오빠한테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니라 그냥 그래"라고 말했다.

 

이은해는 또 A씨와 찍은 사진에는 '넌 벗어날 수 없어'라는 메시지도 적었다.

 

하지만 연봉 6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연구원 A씨는 이은해와 결혼한지 1년 만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라면 등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A씨는 이은해에게 전화를 걸어 "돈이 너무 없으니까, 돈이 너무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빚이 너무 많아"라고 흐느꼈다.

 

이은해는 또 이런 A씨에게 "오빠 근데 정말 나 그만 만나고 싶어?"라고 말하며 윤씨를 가스라이팅했다.

 

이씨는 이런 상황에서 A씨의 가족 명의의 카드를 이용해 '카드깡'을 하기도 했다.

 

이은해는 지난 2019년 3월 남편 A씨 가족 명의의 카드를 이용해 500만원 상당의 기름을 구입한 뒤 주유소에 수수료를 준 뒤 현금을 받아 챙기는 등의 수법으로 A씨 가족 계좌에서 약 2억여원을 빼낸 뒤 조현수와 자신의 계좌에 돈을 나눠 보냈다.

 

이씨는 A씨를 피보험자, 자신은 보험금 수령자로 생명보험에 무더기로 가입했다. 이씨가 10대 때 사귀던 남자 친구 B씨가 보험설계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사망 담보 위주 보험을 설계했으며, A씨가 사망했을 때 이씨가 받을 수 있는 보험 보상금은 8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피해자 A씨 명의로 다수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2년 뒤 A씨는 3차례에 걸쳐 목숨을 위협받았고 결국 숨졌다.

 

이씨는 내연남 조현수와 공모해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시도했으나 치사량 미달로 미수에 그쳤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중순 복원한 텔레그램 대화에서 조씨에게 '복어 피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증거로 내밀며 이은해의 살인 혐의에 대한 자백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이은해는 조현수에게 텔레그램을 보낸 것은 인정하면서도 "복어를 구매해 회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며 "복어 독으로 음독 살해하려 했다면 왜 다 같이 먹었겠나. 식당은 독이 섞인 부분을 절대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은해는 또 복어 피 살해 의혹을 부인하는 자필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검찰이 강압적으로 조사해 도주했다는 내용의 자필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살인 혐의 등을 부인하고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이들의 구속기간을 1차례 연장해 달라며 법원에 연장허가를 청구했다.

 

법원은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은해와 조현수의 구속기간은 5월 5일로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이은해·조현수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검찰이 피의자들이 계획 살인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할 경우 이은해와 조현수는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치열하게 법적 공방을 벌일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가스라이팅 등의 상황을 법정에서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이 A씨가 사망에 이르게 한 중요한 단서로 보기에는 논리적으로 비약한 점도 있다"며 "검찰이 피의자들의 범행을 계획성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황은 피의자들에게 유리하게 흘러 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A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씨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앞선 살인시도 등을 통해 파악한 뒤, 범행 당일 다이빙을 강요하고 A씨가 물에 빠져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하려다가 치사량에 미달해 미수에 그친 혐의다. 그해 5월에는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려다가 A씨의 지인이 발견해 그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들은 A씨가 숨진 뒤 그해 11월 무렵 보험회사에 A씨에 대한 생명보험금 8억여 원을 청구했다가, 보험사기 범행을 의심한 회사로부터 거절당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면서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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