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외나무다리’ 혈투를 벌이게 됐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도지사로 일했던 경기도는 지난 3·9 대선에서 이 고문이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에게 5%포인트(46만표) 이상 이긴 지역이다. 민주당은 이곳에서 패배하면 ‘호남 정당’으로 전락하는 만큼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동안 이 고문의 지킴이를 자처해온 김 전 부총리와 윤심(尹心)을 대변해온 김 의원은 그만큼 복잡한 대리전을 치르게 됐다.
김 전 부총리는 25일 안민석·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4명이 참여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절반을 훌쩍 넘긴 득표(득표율 50.67%)를 하며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확정됐다.
외부 인사인 김 전 부총리는 애초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들었지만 5선인 안 의원과 조 의원, 수원에서 내리 3선을 한 염 전 시장을 제치고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열세인 지역 여론을 뒤집는 데는 ‘대세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총리가 이날 경선에서 득표한 50.67%는 안 의원(21.61%)과 염 전 시장(19.06%), 조 의원(8.66%)을 최소 2배 이상 앞선 수치다. 경선은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권리당원 50%, 안심번호 선거인단 50%가 반영되는 국민참여 경선으로 진행됐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고문의 재난지원금 추가지급 주장에 반대하며 “기본소득의 철학 자체를 모르고, 포퓰리즘에 흐르는 듯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선 새로운물결 후보로 출마했으나 선거 막판에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 고문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김 전 부총리는 경선 기간 내내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연대한 사실을 강조하며 “이 고문의 정책과 가치, 도정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2차관을,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며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를 경험한 바 있다. 이날 경선 승리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과 도민의 운명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김 의원은 지난 22일 경선에서 52.67%를 얻으며 4선 의원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44.56%)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현역 의원 감산점 5%를 반영하고도 8%포인트 이상 승리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BC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 고문을 겨냥한 ‘대장동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대장동이 지역구인 성남 분당갑에 자리한 때문이다. 초선이었지만 지명도를 끌어올리며 윤 당선인의 대변인까지 지내는 등 전국구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의원은 경기지역에 이미 상당한 우군을 거느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과의 경선에서도 지역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상당수의 공개 지지 선언을 얻었다.
그만큼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복잡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도지사 자리가) 누군가의 정치적 구름판이나 재기를 위한 발판이 돼선 안 된다”고 못 박았고, 김 전 부총리는 “김 의원은 윤 당선인의 아바타”라며 “경기도에서 이겨 윤석열 정부의 독선을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격전지이지만 두 후보는 아직 공약에선 특별한 차이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과 신설, 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 소상공인·자영업자 신용회복 등의 핵심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정부가 추진해온 보편적 복지를 두고 김 의원이 평행선을 달리는 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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