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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인상 장기화 악순환 우려 등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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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9 07:00:00 수정 : 2022-04-28 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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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상황이 더욱 악화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수입 단가는 올라가는 반면 수출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및 분석이 이어지면서 물가 인상을 야기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일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결국 1270원 선을 돌파했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소비 증대 등과 관련한 기업들의 긍정적인 기대심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인상 장기화 악순환 우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며 수입금액 수준이 1년 새 30% 가까이 올랐다. 수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며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3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는 178.16(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3% 올랐다. 전월(25.5%)보다 오름폭이 커지고,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광산품이 88.4%, 농림수산품이 27.1% 올랐다. 공산품 중에서는 석탄·석유제품(57.9%)과 제1차금속제품(23.4%), 화학제품(22.2%) 등의 상승폭이 컸다. 손진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천연가스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수입물량지수는 135.23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 오르며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3월 수출금액지수(153.28)와 수출물량지수(133.26)는 1년 전보다 각각 20.9%, 5.6%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 속에 승용차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승용차수출액은 109억2700만달러(13조888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2020년 2분기(-40.6%) 이후 7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수출 대수(52만대)는 1년 전보다 8.3% 줄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의 자동차 수출이 대폭 줄어든 것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수급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수출 상황이 악화하면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 간 하도급대금 분쟁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관련 분쟁 사건은 올해 1분기 7건이 접수됐다. 전년 동기 대비 5건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총 33건이 접수돼 1년 전보다 19건(135.7%) 증가했다.

 

한은은 ‘원자재가격 변동요인별 물가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에 대해 두바이유나 미국산 옥수수 등 개별 원자재 수급 차원의 요인보다 경기·유동성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완화하더라도 원자재 가격 전반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경우 높은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290원까지 갈까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1270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250원이 뚫린 데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요인들이 쏟아진 것이 원인이라면서 1290원 돌파 가능성도 열어 두기 시작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3원 오른 1272.5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19일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정부에서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개장 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금주 들어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가파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급격한 시장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며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강화 가능성, 중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달러를 제외한 여타 주요 통화들도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자산’인 원화 등 기타 통화에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3까지 올라섰다.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달러 강세와 기타 통화 약세에는 미국과 주요국 간 금리 차이 확대 혹은 금리 역전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고 밝혔다. 

 

무역수지 적자와 해외주식 투자 등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1∼20일 무역수지는 51억9900만달러(약 6조6027억원) 적자였다. 또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1분기에만 936억달러(약 119조원)의 해외주식을 외화로 결제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1분기 주식시장 배당금을 받은 것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이 국내 시장에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물가다. 환율의 급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주요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250원을 상향 돌파한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직후 원·달러 고점을 감안할 때 1290원 내외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유의미한 저항선 자체가 다 뚫린 상황에서 코로나19 당시 고점이 1285원까지 나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그 정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엔화 환율은 이날 1달러당 130엔대로 오르면서 2002년 4월 이래 20년 만에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은행이 국채 10년물 금리가 0.25% 위로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가 높은 달러로 자금이 몰리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리오프닝 기대감에 체감경기 ‘훈풍’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고 방역 조치가 완화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4개월 만에 살아났다. 특히 비제조업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2년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지난달(83)보다 3포인트 오른 86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하락한 뒤 4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지수화한 수치다. 지수가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의 업황 BSI(85)가 한 달 새 4포인트나 뛰었다. 2021년 10월(5포인트)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고, 지수는 2011년 4월(85) 이래 11년 만에 최고치다.

 

비제조업 중에서도 정보보안 등 소프트웨어 수주 호조, 여권 발행, 데이터 로밍 서비스 등 해외여행 관련 서비스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정보통신업이 8포인트 올랐다. 유통 매출 확대로 도·소매업이 3포인트, 설계·감리·세무서비스 수요 증가에 전문·과학·기술 업종도 5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업황 BSI(87)도 3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세부 업종을 보면 산업용 케이블·자동차 전기장비 등의 수요가 늘어 전기장비업이 10포인트 급등했고, 반도체·건설 관련 기계장비 수주 증가 덕에 기타 기계·장비업도 7포인트 뛰었다.

 

제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5포인트, 대기업이 2포인트 상승했고, 내수기업(5포인트)이 수출기업(1포인트)보다 크게 올랐다. 다음 달 업황에 대한 전망 BSI도 제조업(88)과 비제조업(85)에서 각 3포인트씩 상승했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확진자 수 감소와 대부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내수 회복과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체감 경기가 모두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4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달보다 2.3포인트 높은 105.7로 집계됐다. ESI는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과거 평균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상식적으로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우리은행 600억 횡령 파문… 주가는 영향 없어

 

국내 4대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에서 수백억원대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직원이 무려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모두 빼낸 후 계좌를 해지했고, 이후 4년 동안 내부에서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수시 검사에 들어갔다.

 

28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10시10분쯤 자수한 우리은행 직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10년 이상 우리은행에 재직해온 직원으로, 구조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약 614억원을 개인 계좌로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9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A씨가 빼돌린 금액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 일부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했다. 횡령에 사용된 개인 계좌는 2018년 마지막으로 인출이 이뤄진 직후 해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세부적 내용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등을 하고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횡령금의 사용처와 함께 A씨 친동생인 B씨의 공모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쯤 B씨가 경찰서를 찾아 ‘형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안다’는 취지의 말을 한 뒤 묵비권을 행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친동생이 자수한다며 왔다 가긴 했는데, 범죄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며 “체포를 면하고 나중에 처벌을 가볍게 받기 위해서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범행 수법 등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칫 이번 사건이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때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말 재무팀장 이모씨가 회사자금 2215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상장적격성(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로 지난 1월3일 주식거래가 정지된 후 약 4개월 만인 이날 거래가 재개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건이 우리금융지주 상장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가 횡령배임 공시를 하려면 횡령 규모가 자기자본의 2.5%를 넘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증시에서 우리은행의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전일과 동일한 1만5300원에 장을 마쳤다. 수백억원대 횡령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전장 한때 1만4350원(6.21%)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장 후반 하락 폭을 만회했다.

 

이번 횡령 사건은 자금 관련 통제가 엄격해야 할 제1금융권에서 터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욱이 600억원대 횡령액수는 은행 금융사고 중에서도 드물게 큰 액수이고, 우리은행은 7년 전에도 여의도지점 부지점장의 20억원 횡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에 대해 수시 검사 형태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전날 밤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보고받고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바로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횡령이) 적지 않은 금액이고 은행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papenqi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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