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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후보 중 3명만 ‘기후변화 대응’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심층기획-기후도 票가 되나요?]

, 선거 , 환경팀

입력 : 2022-05-23 18:08:39 수정 : 2022-05-23 23: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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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단체장 후보 55명에 물어보니

40% 이상 장기적 해결 과제로 치부
오세훈·김동연·송철호만 “임기중에”
임기 내엔 ‘일자리 창출’ 최우선시
“경제 중요시 하는 시민의 관심 반영”

4명중 1명 NDC보다 낮은 수준 감축
‘강력한 감축’ 서재헌·김영환 등 5명
82%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소리도
이장우·김진태 등 4명은 “확대 안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1일)에 출마한 주요 양당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중 40% 이상이 ‘기후변화 대응’을 ‘30년 이내 1순위로 풀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인 당선 시 ‘4년 임기 중 1순위로 풀어야 할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은 후보는 9%가 채 되지 않았다. 더욱이 4년 임기 중 풀어야 할 1∼3순위 과제에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하지 않은 후보는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난 3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각 지자체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행대책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당장 차기 지자체장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많은 후보가 여전히 기후위기를 ‘시급한 과제’로 여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세계일보와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는 17개 광역지자체장 후보 총 55명(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후보 34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정책 질의를 최근 진행했다. 다만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와 무소속 강용석 경기도지사 후보 등 2명은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홍준표 후보 측은 “외부 정책 질의에는 답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용석 후보 측은 “실재하지 않는 기후변화에 대한 질의에 답할 수 없다”고 전해왔다.

 

◆시·도지사 후보도 “‘기후변화 대응’은 나중에”  

 

질의 결과, ‘출마 지역에서 4년 임기 중에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기후변화 대응’을 1순위로 꼽은 양당 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 3명(8.8%)에 그쳤다.

 

다만 이들 중 일부 후보의 경우 이런 인식이 해당 후보의 주요 공약에선 드러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후보별 5대 공약을 보면, 김동연 후보가 ‘2030 온실가스 40% 감축과 RE100 10만 가구 프로젝트,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송철호 후보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및 수소산업 융복합’과 ‘탄소중립의 미래도시 기반 구축’ 등을 제시한 반면 오세훈 후보는 기후변화 대응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2순위 과제에 ‘기후변화 대응’을 올린 후보는 8명, 3순위라 답한 후보는 7명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16명(47.0%·무응답 포함)은 ‘기후변화 대응’을 3순위 내에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양당 후보들이 1순위로 가장 많이 답한 건 역시 전통적인 과제인 ‘일자리 창출’(20명)이었고, 이어 ‘경제 성장’(7명)이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은 1순위 과제 답변 수 기준으로 3위 자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답변 수 자체가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에 비해 크게 뒤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경향은 과제 해결 시한을 ‘임기 내’가 아니라 ‘10년’, ‘30년’으로 늘렸을 때 완전히 달라졌다. 10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를 물었을 때 1순위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은 후보 수가 9명(26.5%)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는 1순위 답변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한 ‘일자리 창출’(10명·29.4%)과 불과 1명 차이가 날 뿐이고, ‘경제 성장’(9명·26.5%)과는 동수로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30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질문에는 1순위 과제를 ‘기후변화 대응’이라고 답한 후보가 무려 14명(41.2%)이나 돼 2위인 ‘경제 성장’(9명·26.5%)이나 3위 ‘일자리 창출’(5명·14.7%)과 큰 차이가 나는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양상은 세계일보가 지난 13∼15일 엠브레인을 통해 성인 1012명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경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시민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후보들의 인식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이 치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되는 만큼 진영 간 갈등 구도가 부각되다 보니깐 주요 후보들에게서 새로운 의제를 던질 의지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런 여건 속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과제는 더욱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보 4명 중 1명 “NDC보다 느슨한 감축”

 

양당 광역지자체장 후보 4명 중 1명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보다 낮은 수준의 중장기 온실가스감축목표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후보가 ‘기준연도’와 ‘목표연도’, ‘감축률’을 제시하는 식으로 답한 중장기 감축목표를 선형적으로 계산한 뒤 2030 NDC와 비교한 결과다. 중앙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출한 2030 NDC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로서,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 NDC 이상의 목표를 제시한 후보는 민주당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2018년 대비 2030년 45% 감축), 〃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2018년 대비 2040년 80.1% 감축), 〃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2018년 대비 2030년 45% 감축),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도지사 후보(2018년 대비 2030년 45% 감축), 〃 조배숙 전북도지사 후보(2018년 대비 2028년 38% 감축) 등 5명(14.7%)이었다. 2030 NDC와 동일한 수준의 목표를 계획 중인 후보는 13명(38.2%)이었다.

 

다른 후보 9명(26.5%)은 2030 NDC 이하의 목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4년 임기 중 풀어야 할 1순위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은 오세훈·송철호 후보도 포함됐다. 오세훈 후보는 ‘2005년 대비 2026년 30% 감축’, 송철호 후보는 ‘2018년 대비 2030년 30% 감축, 비산업부문 40% 감축’이라고 답했다. 이 두 후보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 시급성에 대한 인식은 강하나, 실제 계획 중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놓고 보면 비교적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이런 인식과 실천 사이의 괴리는 다른 후보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와 〃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 〃 양문석 경남도지사 후보는 ‘출마 지역의 현 시장 또는 도지사가 선언한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모두 ‘다소 늦다(혹은 앞으로 당길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현행 온실가스 감축 강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계획 중이라고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모두 2030 NDC 이하 수준이었다. 허태정 후보의 경우 ‘2018년 대비 2030년 36.6% 감축’, 이광재 후보는 ‘2020년 대비 2040년 60% 감축’, 양문석 후보는 ‘2018년 대비 2026년 25% 감축’이라고 답한 것이다.

 

중장기 감축목표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이는 질의 응답 자체를 거부한 홍준표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 〃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 〃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 등 4명이었다. 나머지 민주당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2022년 대비 2030년 배출량 40% 감축),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2020년 대비 2030년 배출량을 BAU 기준 45% 감축), 〃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2022년 대비 2030년 배출량 40% 감축) 등 3명의 답변은 일부 용어 사용이 부정확하거나 기준연도 배출량이 현시점에서 확정되지 않은 점 때문에 2030 NDC와의 비교가 어려운 경우였다.

 

◆후보 10명 중 8명 “재생에너지 확대” 

 

양당 광역지자체장 후보 28명(82.4%)은 임기 중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와 일맥상통하는 움직임이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와 비교해 그 속도를 늦추긴 하나 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가 원전을 강화하기로 한 터라 자연스레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은 2030년 기준으로 20∼25%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힌 후보는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 〃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 〃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 등 4명이었다. 이장우 후보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며 “지역밀착형 전원을 활용한 열병합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진태 후보 또한 비용 대비 효과 문제와 함께 “과다한 환경훼손”을 답변 이유로 들었지만 대안에 대해서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 박완수 후보는 대안으로 “원전산업 회복”을, 허향진 후보는 “수소 활용”을 제시했다. 이들 중 3명(이장우·김진태·박완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선 유력 후보로 평가된 인물이라, 실제 선거 이후 해당 지자체의 에너지 정책에 이들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대개 에너지 부문 의사결정이라고 하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 발전설비 설치 허가나 규제 대부분은 지자체 조례를 근거로 이뤄지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 집행에 있어 지자체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더욱이 이번에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지자체장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에 따른 지역별 기본계획·조례 제정 등 후속조치도 맡게 된다. 6·1지방선거가 탄소중립기본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판가름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단순히 발전 부문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과 관련된 건축·교통·산업 등에 대한 각 지역 단위 정책이 모두 각 지자체를 거쳐 이행되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번 선거는 탄소중립기본법 내 명시된 지자체 책임을 이행할 지자체장이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환·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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