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맞붙은 보수·진보 성향의 경기도교육감 후보들이 고교평준화 정책을 두고 날 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과학고, 외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정책을 이어온 진보 진영에 맞서 보수 진영은 “맞춤형 교육으로 각자의 끼와 천재성을 살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25일 TV 토론회에서 보수성향의 임태희 후보와 진보성향의 성기선 후보는 이처럼 고교평준화 정책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두 후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과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BTS)까지 소환해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임 후보는 수원을 비롯한 도내 12개 시에서 시행 중인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지금 학생들의 성향은 과거 대량교육 시대하고는 완전히 다르고 교육 여건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어 “(비평준화를) 서열화라고 규정하는 비판이 있는데 손흥민과 BTS를 보면 어느 한쪽으로 능력이 뛰어나다”며 “국·영·수 시험 치는 것만 떠올리며 서열화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거식 잣대로 각자 천재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 후보는 고교평준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후보가 소환한 대상은 ‘보수 아이콘’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고교평준화는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시작한 제도로 당시 진학 열정이 과열되니까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의 학교로 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이는 우수한 교육을 보편적으로 시행하자는 교육 기회 평등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하향 평준화라는 지적도 있는데 1997년 전국 고등학생 30만명의 성적을 3년 동안 추적해보니 평준화 지역의 점수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10점 정도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성 후보는 고교 비평준화의 대안으로 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거론했다. 임 후보가 언급한 손흥민과 BTS에 대해서는 “지금의 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화로 진로 적성을 찾아간 것”이라고 했다.
교교평준화를 둘러싼 견해차는 그동안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해온 도내 혁신교육과 혁신학교로 이어졌다. 성 후보는 “2000년대 초반 학생이 소외되는 교실 붕괴 현상을 목도하고 이를 바꿔서 학생이 중심인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혁신교육이 시작됐다”며 “도내 2500개 정도의 초중등학교 중 1400여개가 혁신학교로 지정될 만큼 보편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후보는 “혁신학교를 두고 학생은 일반 학교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고 부모는 혁신학교로 지정될까 봐 걱정하면서 반대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로,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혁신교육 논쟁은 지난 23일 임 후보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기교육의 불편한 진실, 혁신이 필요한 혁신학교’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서 임 후보는 “혁신학교 추진 10년 차를 맞아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혁신학교에 대해 처음 듣거나 이름 정도는 들어봤다’고 응답한 분들이 무려 80%에 달하고 있다”면서 “진보교육감들조차 자녀를 혁신학교 대신 자사고·특목고에 보냈다는 사실은 혁신학교에 대한 신뢰를 더욱 추락시켰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시도된 새로운 학교 형태다. 2009년 진보성향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이후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 등에 혁신학교가 들어서면서 ‘진보교육감의 상징’이 됐다.
한편,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2009년 직선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일대일 구도로 치러진다. 그동안 보수 진영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김상곤 전 교육감과 이재정 현 교육감 등 진보성향 후보들은 내리 세 차례 당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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