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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고 싸워왔다.” “저희 더불어민주당에는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이다.” 지난 3월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지현(26) 당시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하며 이렇게 찬사를 늘어놨다. 박 위원장은 ‘불꽃’이라는 활동가명으로 성착취 범죄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공론화를 주도한 인물.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자기 당 정치인들이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를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는 의미로 그를 영입했다. 그는 대선 막판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과오에 대해 사과를 하고 팬덤정치 극복과 586세대 용퇴 등을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의 정신’이라고 칭송하던 윤 위원장 등 지도부의 태도가 돌변했다. 스스로가 팬덤 정치에 기반을 두고 586세대의 핵심인 탓인지 윤 위원장 등은 연일 박 위원장을 윽박지르고 있다. 여차하면 그를 축출할 태세다. 일부 소신파가 그를 옹호하고 있으나 민주당 주류는 성토 일색이다. 사실상 고립무원인 그에게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자들은 문자 폭탄과 욕설까지 퍼붓고 있다.

선거가 불리해질 때마다 사과하고 쇄신을 외치는 게 국민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해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사과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과거 수많은 다짐이 매번 빈말로 끝났기 때문이다. 대선도 이 때문에 졌다. 민심과 당심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분투하는 20대 청년 비대위원장의 현실 진단은 정확하다. 박 위원장이 지적한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 행태 등은 누구나 공감하는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다. 586 용퇴, 성 비위 척결, 4선 출마 금지 등도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스스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내용이다.

박 위원장의 사과를 ‘철없는 젊은이의 경거망동’쯤으로 폄하하는 586그룹과 강경파의 행태는 참 실망스럽다. 급할 때는 영입해서 이용해 먹고, 쓴소리를 하니 내쫓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에 애정을 가진 젊은 정치인의 목소리도 수용 못 하고, 뭉개고 타박하는 민주당에 내일이 있을까.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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