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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신변보호’ 여성 2명 숨져… 경찰 신변 보호제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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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0 10:30:00 수정 : 2022-06-10 19: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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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신변 보호 받던 전 여친 살해 50대 남성 구속
지난 8일에는 전 남친 휘두른 흉기에 피해자 찔려 숨져
보호 대상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비판 여론 커져
사진=뉴시스

경기 성남과 안산에서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 보호)를 받던 중년 여성들이 잇따라 상대 남성에게 살해당하며 시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불과 이틀 간격으로 벌어진 사건을 두고 경찰의 피해자를 위한 안전조치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안전조치가 순찰이나 감시를 강화하더라도 밀착감시는 아니기에 돌발 상황에선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 지난해 ‘신변 보호’ 여성 9명 피해…올해는 벌써 4명 피습

 

10일 경찰에 따르면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 6일 사귀다 헤어진 여성을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중국 국적의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약 1년간 동거했던 같은 중국 국적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 등 안전조치 대상이었지만, 스마트워치를 눌러 신고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당일 오전 7시쯤 피해자 주거지인 성남시 수정구의 한 빌라에서 피해자가 의식과 호흡이 없다며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망한 B씨의 얼굴 등에 상처가 있는 걸 확인하고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이날 자정쯤부터 B씨의 주거지에서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4월 A씨는 동거 중이던 B씨를 때린 혐의로 체포됐는데, 당시 B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또 지난달 중순에도 헤어진 B씨의 직장에 두 차례 찾아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안산시에서 경찰의 안전조치를 받던 40대 여성이 상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안산상록경찰서는 “안 만나준다”는 이유로 헤어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 C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같은 빌라 건물 1층과 3층에 살고 있었으며, 지난해 말부터 4개월가량 교제하다가 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 여성인 D씨는 지난달 중순 “C씨가 연락해 ‘왜 만나주지 않느냐’며 욕설을 한다”고 신고해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 지급과 함께 안전조치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의 안전조치를 받던 여성이 숨지는 사건은 지난 2월 서울에서도 일어났다. 신변 보호 대상이던 40대 여성 E씨는 구로구의 한 술집에서 과거 연인 관계였던 남성에게 살해됐다. 여성은 범행 사흘 전 상대 남성을 폭행 및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잇따른 ‘살해’ ‘살인미수’에 불안…경찰, 지난해 말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명칭 변경

 

지난 1월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선 60대 남성 F씨가 동거하다 헤어진 40대 여성 G씨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G씨는 크게 다쳤고 피의자 F씨는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가 숨졌다. G씨는 폭행과 감금, 협박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흉기로 위협을 당한 뒤부터 집을 나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G씨 역시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갖고 있었지만 현장에선 사용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에도 경찰이 신변 보호 중이던 여성이 서울 중구에서 옛 애인에게 스토킹을 당한 끝에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송파구에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 사건’이 일어나 이달 21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가해자 이씨는 피해 여성이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자 폭행·협박하고, 경찰 신고에 앙심을 품은 뒤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의 주소지 등을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안전조치(신변 보호) 대상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피해 건수가 9건(살인 4건, 살인미수 5건)에 달했다. 올해에도 벌써 4건(살인 3건, 살인미수 1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경찰은 신변 보호 조치의 대응력을 높인다며 제도의 명칭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바꾸는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신변 보호가 밀착 경호를 연상케 해 실제 조치와는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위험 등급을 구분해 ‘매우 높음’, ‘높음’, ‘보통’의 3단계로 나눠 조치하지만 반복되는 피습사건에 경찰 안팎에서도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이 가진 스마트워치로 신고가 접수되면 ‘코드 0’가 발동되면서 총력 대응체제로 바뀐다. 하지만 실제 범행 현장에선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처 스마트워치를 사용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의 안전조치와 별개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범죄 피해는 여전히 무시 못 할 수준으로 파악됐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귀다가 벌어진 살인 사건’의 여성 피해자는 3년간(2016∼2018년 기준) 100명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3년간 이 수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성남·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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