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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이재명의 조급증과 단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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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5 23:05:07 수정 : 2022-06-15 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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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두 달여 만에 또 출마
8월 全大서 당 대표 선출도 노려
김대중·드골처럼 때를 기다려야
비전 세우고 단련하는 시간 필요

세 번째 대선 도전에서 실패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계 은퇴 및 복귀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를 모델로 삼았다. 드골은 1954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시골에 칩거하며 ‘전쟁 회고록’을 집필했다. 이후 알제리 독립 문제로 정국 혼란이 심화되자 드골의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그는 1958년 정치권의 요청으로 정계에 복귀해 11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1992년 12·18대선에서 패배한 DJ의 정계 은퇴는 전격적이었다. 대선 바로 다음 날 아침 눈물을 글썽이며 정계 은퇴 선언문을 읽었다. 그리고는 대선 패배 39일 만인 이듬해 1월 26일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상의 자진 유배였다. 그러나 6개월 뒤 DJ가 귀국할 때 공항엔 지지자 수천 명이 나왔다. 개선장군이라도 돌아온 분위기였다. DJ는 아·태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1995년 7월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박창억 논설위원

2년7개월간 장외에 머물렀던 DJ와 달리 대선 낙마자가 조기 등판할 경우 대체로 득보다는 실이 컸다. 대선 후 1년 이내에 등판한 뒤 차기 대선에서 당선된 사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대선 패배 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즉각 당으로 복귀해 총재를 맡았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4개월 만에 총선에 출마하며 재기를 모색했으나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 달 만에 당 대표로 복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6·1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선 패배 후 두 달여 만의 출마인 데다 자택이 있던 경기 성남 분당갑을 떠나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을 선택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의원의 출마는 시기적으로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씨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이어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노린 ‘방탄용 출마’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도 출마하려고 하고 있다. 이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 당선은 무난할 것이다. 이 의원은 대선 실패 후 당 대표를 거쳐 대선 재수에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선 패배 후 국회의원 신분은 유지했지만 1년 이상 잠행했다. 2015년 2월 당 대표 복귀까지는 2년이 넘는 공백기를 견뎠다.

당 대표는 상대 진영의 집중포화를 맞는 자리다. 요즘의 민주당처럼 당내 갈등이 극심하면 리더십이 흔들리기 일쑤다. 문 전 대통령도 2016년 총선이 임박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당을 넘겨주고 물러났다. 차기 주자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이낙연 전 의원도 대표를 지내며 지지율을 다 까먹었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자기 세력을 구축할 수 있겠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총선 결과에 책임도 져야 한다.

더구나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반성과 혁신이다.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6·1지방선거 때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그가 대표를 맡게 되면 민주당이 두 번의 선거 패배에 대해 어떻게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 결과가 잘 보여주듯이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다. 그러나 앞으로 숱한 변곡점이 있을 것이다. YS정부가 계속 승승장구했다면 DJ의 정계복귀도 그만큼 늦어졌을 것이다. 임기 초반 80%를 넘나들던 YS정부의 국정지지율은 1995년 들어서는 30%대로 급락했다. 이 의원이 조급하게 나서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이 의원은 긴 호흡으로 정국을 조망해야 한다. 이 의원은 인지도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대선에서 1600만표를 얻었다. 언제든 재기할 능력을 지녔다. 그러니 당분간 정치의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것이 좋겠다. 이 의원이 진정 훗날을 도모하고 싶다면 지금은 자숙하고 비전을 세우고 자기를 단련할 때다. DJ와 드골처럼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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