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정책과 연계한 도정
축산분뇨, 고체연료로 만들어 상용화
연간 37만t 생산해 481억원 소득 예상
축우용 저메탄 ‘에코사료’ 개발도 추진
슈퍼 한우·돼지로 미래 연다
육종고도화로 양돈 생산성 1.7배 높아
전국 첫 한우 암소 유전체 분석도 진행
가축 마릿수 줄어도 소득 늘어 경제적
경마장 개념보다 ‘힐링공간’으로
축산업·관광 연계 6차 산업 선도
‘1만9836호.’ 경북 도내 한우 사육 농가의 수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축 사육 농가가 가장 많다. 축산업은 식량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축산업의 농업생산액은 쌀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동안 축산업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와 수질·토양 등 환경오염, 농촌 경관 파괴 등의 문제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런 축산업 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경북도가 있다. 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축산업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탄소중립정책과 연계해 축산업이 돈을 버는 만큼 사회적 문제에 책임을 지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농업은 ‘첨단’으로, 농촌은 도시와 상생하는 ‘힐링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건 경북도만의 특색 있는 축산정책을 소개한다.
◆소똥이 연료로… 저메탄 배합 사료 개발도
경북도는 축산분뇨를 고체연료로 재생산해 상용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아직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폐기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데다 미래 기술 발전 여지에 따라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산분뇨는 거름으로 만들어지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경지 감소로 퇴액비화 처리에 한계가 따르고 분뇨 악취로 민원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따랐다. 이런 문제를 줄이고자 경북도는 가축 분뇨 처리 방식을 다양화하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고체연료다.
15일 경북도에 따르면 축산분뇨 고체연료화 사업의 기본 구상은 이렇다. 축산농가에서 생산한 수분 20% 이하의 축분가루를 펠릿연료로 가공한다. 연간 135만t 축산분뇨를 37만t의 고체연료로 만들면 481억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경북도는 한국전력과 청송군 토마토 농장에 축분고체연료를 이용한 농업용 열에너지 공급 및 열병합기술 실증시험설비를 만들었다. 이 설비는 축분고체연료를 활용해 농가에 열에너지를 공급한다.
탄소 저감을 위한 경북도의 대책도 눈에 띈다. 축우용 저메탄 배합 사료를 개발해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도내 사료공장과 연계해 에코사료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 가축분뇨로 친환경 플라스틱과 바이오차, 나노셀룰로스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생산량 2배 증가… 육종고도화 소득향상 열쇠
“육종고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의성군에서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는 이상도 대표의 말이다. 이 농장의 양돈 생산성 지수는 31.9두다. 양돈 생산성 지수는 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간 출하한 자돈의 마릿수를 뜻한다. 2020년 기준 국내 평균 양돈 생산성 지수가 18.3두인 점과 비교하면 이 농장은 1.7배나 많은 생산량을 냈다. 이 대표는 “교배와 분만, 초유 관리 등의 기록을 전산으로 남기고 고품질의 정액을 사용한 점이 양돈 생산성 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경북도는 종돈 선발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돼지는 수퇘지의 정액이 생산성을 크게 좌우한다. 경북도는 올해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활용한 우수 씨수퇘지 선발기술을 고도화해 우수 종돈의 정액을 지역 양돈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생산성 지수를 높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우 암소 유전체 분석도 진행 중이다. 암소브랜드 육성을 통해 생산성을 상향 평준화하겠단 의도가 깔렸다. 현재 국내 씨수소는 국가에서 100% 관리를 하지만 암소는 관리가 전무하다. 경북도는 송아지가 수소와 암소로부터 50%씩 유전형질을 받는 만큼 전국 최초로 암소 유전체 분석 사업에 나섰다. 현재 경북도가 파악한 지역의 가임 가능한 암소는 16만2000여두다. 지난해 1만두에 이어 올해 1만1000두의 암소의 유전체 분석을 한다. 유전능력이 우수한 ‘엘리트 카우’의 난자로 수정란을 생산해 한우의 질을 높인다. 또 질이 떨어지는 소는 번식으로 쓰지 않고 비육으로 키우도록 돕는다.
수의사 출신인 이정아 경북도 축산정책과장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축산에 최적화된 지형은 아니지만 육종고도화를 통해 단위 면적당 최고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면서 “육종고도화가 이뤄지면 가축 마릿수는 줄더라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사육에 드는 사료비 등 각종 투자비와 축산 분뇨도 줄어들어 경제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축산 신산업 중심에 선 영천경마공원
영천경마공원은 경북도의 주력 축산 신산업이다. 2024년 9월 개장을 앞둔 경마공원은 영천시 금호읍에 145만2813㎡ 규모로 들어선다. 1·2단계 사업으로 나눠 추진하는데 사업비는 모두 3657억원이 든다. 우선 1단계로 사업비 1570억원을 들여 금호읍 성천리 일대 66만1000㎡ 부지에 경마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잔디 경주로와 관람대, 마사 시설, 중계탑, 매표소 등을 갖춘다. 현재 경마공원 건설 사업은 조달청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는 경마공원 운영이 본궤도에 올라서면 연간 35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구도시철도 1호선을 금호읍까지 연장하는 계획이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돼 향후 경마공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북도는 경마공원 2단계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 사업이 본궤도에는 오르진 않았지만 사업이 1단계에서 그친다면 반쪽짜리 경마공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경마공원은 이미 서울, 제주, 부산·경남에 있다. 영천은 제4경마공원이다. 경북도는 경쟁력을 갖춘 경마공원을 만들기 위해선 경마장과 테마공원을 합친 복합휴양 레저시설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북도는 축산을 넘어 경북의 대표 관광 자원으로 경마공원을 활용하고자 한국마사회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누구나 경마공원을 방문해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김종수 道 농축산유통국장 “경마공원은 숙원 사업… 2단계 사업도 잘 될 것”
“경북은 국내 축산업의 1번지입니다.”
김종수(사진)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15일 세계일보와 만나 ‘경북 축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국장은 매년 공무원들이 뽑는 ‘베스트 공무원’에 5차례나 이름을 올린 데다 ‘발로 뛰는 해결사’로 유명하다.
김 국장은 “축산업의 품질 고급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 “FTA(자유무역협정) 이후 생산비 인상 문제 등 농가가 처한 어려움이 많다 보니 우량 축산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경북도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축산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투 트랙’ 전략을 내놨다. 생산성과 품질 고도화를 통해 축산 경쟁력을 높이고, 버려지는 축분을 소재 산업화해 소득과 환경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김 국장은 “현재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보유한 10억원짜리 씨수소 한 마리가 소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며 “이런 우량소를 보급하면 경북 축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고가에 거래되는 씨수소의 우량 정액이 도내에 우선 배정되는 만큼 지역 한우의 품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영천경마공원 2단계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말엔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2단계 사업도 당연히 따라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1단계가 경마장 건설이라면 2단계는 시민친화적 공간 조성 사업이다. 그동안 마사회 측은 “레저세를 감면받지 못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2단계 사업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마공원은 경북도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다뤄온 사안이다. 경마장을 운영하는 순간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2단계 사업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며 “경마장의 개념보단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든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축산업이 관광으로 이어지는 6차 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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