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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중재 집착하는 프랑스… "드골 노선에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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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9 03:00:00 수정 : 2022-06-19 03: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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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소련 사이에서 중재자 되고자 애쓴 드골
마크롱, 아무 성과 없어도 푸틴과 계속 접촉 시도
전문가 "마크롱도 드골 외교 그대로 답습하는 듯"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을 시도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무기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러시아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프랑스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키이우=AP연합뉴스

“만약 드골이 현 프랑스 대통령이라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18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샤를 드골(1890∼1970) 장군이 나치 독일에 끝까지 저항하기로 결심한지 82주년을 맞아 이런 질문이 제기됐다. 마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드골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해 왔기에 두 사람을 비교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일각에선 프랑스 정부가 미국·영국처럼 완전히 우크라이나 편에 서지 않고 자꾸만 러시아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드골의 유산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인근 쉬렌에 있는 2차대전 추모관을 찾아 드골을 추모했다. 지금으로부터 꼭 82년 전인 1940년 드골은 프랑스 정부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불복해 홀로 영국으로 망명한 뒤 6월 18일 BBC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했다. 프랑스인들한테 대독 항전을 촉구하며 “레지스탕스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고 외쳤다.

 

마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2차대전 종전 후 거의 80년 만에 국가 대 국가 간 전면전이 다시 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틀 전인 1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과 함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이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한테 지원을 약속하고 또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역시 지지한다고 선언했으나, 정작 젤렌스키 대통령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제일 필요한 건 러시아와 맞서 싸울 무기인데 이 문제에 관해선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탓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샤를 드골 장군의 대독일 항전 선언 82주년을 맞아 파리 근교 쉬렌의 2차대전 추모관을 찾아 전사자들을 기리고 있다. 쉬렌=AP연합뉴스

이날 기념식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도 주로 프랑스 현대사만 언급했을 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얼마 전 “러시아가 굴욕감을 느끼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가 국제사회로부터 ‘러시아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중재 외교를 시도해왔으며, 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드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로 드골 생애에 정통한 장 뤽 바레가 던진 질문이 눈길을 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기도 한 바레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냉전 시기 드골은 미국 등 서방과 소련(현 러시아) 사이에서 활발한 중재 외교를 시도했다”고 상기시켰다. “프랑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분명히 서방의 일원이었으나 드골은 서방의 일원에 만족하지 않고 서방과 소련 간 중재자 역할을 하길 원했다”며 “그로 인해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대서양 동맹’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드골이 대통령이던 1966년 나토에서 탈퇴했다가 43년 만인 2009년 복귀한 전례가 있다.

2차대전 초반인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기로 방침을 굳히자 그에 불복해 영국으로 망명한 샤를 드골 장군이 6월 18일 BBC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레는 “드골이 살아 있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프랑스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대체 누구 편이냐”는 비난을 듣는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 행보는 과거 드골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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