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강민호 대신 출전 기회 얻어
팀 공헌도 높아 올스타 후보 올라
수비형 평가… 포수 중 최고 타율
양의지 형 조언 듣고 2022년 시즌 맹타
강철 체력… 2015년엔 전 경기 개근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요.” 삼성 김태군은 요즘 야구가 즐겁다. 이미 검증받은 리그 최고 수비력에 방망이까지 뜨거운 데다 올스타 팬투표 1위까지 경험했으니 입가에 웃음이 떠날 일이 없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군은 에너지가 넘쳤다. 이날 잠시 쏟아진 비에 흠뻑 젖고도 기분 좋게 웃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습한 날씨에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김태군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직전, 올스타 팬투표에서 KIA 양현종이 100여 표 차로 1위 자리를 빼앗은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려주자 김태군은 “2등으로 내려갔느냐”고 되물으면서도 “팬투표 대상으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그냥 좋다”고 웃었다.
2008년 LG에 입단한 김태군은 2013년 특별지명으로 NC로 이적한 뒤 112경기를 뛰며 빛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김태군이 입대한 2018년, NC는 양의지를 영입했고, 군에서 돌아온 이후 김태군은 백업으로 밀려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태군은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있었지만 김태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강민호가 잔부상에 힘들어하는 사이 출전 기회를 잡았다. 삼성은 공헌도가 높은 김태군을 강민호 대신 올스타 후보로 내세웠다.
김태군은 “올스타 후보에 오른 것도 사실 친구와 와이프가 얘기해줘서 알게 됐다”며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인데 잠시지만 1등 했다는 게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김태군은 올스타 자격이 충분하다. 올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 중 김태군보다 높은 타율(0.338)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수비형 포수 김태군은 공격에 눈을 뜬 비결로 ‘양의지 도움’을 꼽았다. 그는 “타석에서 욕심이 앞서다 보니 아무 공이나 눈에 들어오면 휘둘렀지만 (양)의지 형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계속 연습했다”며 “투수가 던진 공이 어느 위치에 보일 때 어떻게 배트를 휘둘러야 강하게 공을 때릴 수 있는지 알게 됐고, 그러다 빠른 타구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태군은 강건한 체력 덕분에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금강불괴’로도 유명하다. 2015시즌에는 전 경기인 144게임에 모두 출전할 정도다. 1996년 쌍방울 박경완과 2006년 롯데 강민호가 모든 경기인 126게임에 출전한 적이 있지만 144경기로 확대된 이후 풀타임 포수 마스크를 쓴 건 김태군이 유일하다. 김태군은 “아픈 적도 있었는데 팀이 필요할 땐 절대 빠지지 않고 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잔부상이 당연히 있지만 참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 부상이 더 큰 부상으로 발전할 정도라면 참고 뛰지 못한다”며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 아팠지만 참아봤고, 참았더니 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태군과 악수를 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손이 고목처럼 딱딱하고 거칠었기 때문이다. 김태군이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와 경기장에서 유독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