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측 “정치적 불순한 의도”
김철근 징계 절차 월권 논란도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걷잡을 수 없는 ‘윤리위 블랙홀’에 휩쓸리며 당내 혼란상이 극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논의를 다음 달 7일로 미루면서다. 윤리위가 당내 세력구도를 뒤흔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만큼, 윤리위 판단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수록 당 내홍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2주 보류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인 23일 “이게 무슨 기우제식 징계냐”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경찰 수사 결과든지 뭐든지 간에 2주 사이에 뭔가 새로운, 본인들이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윤리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윤리위가 해당 행위 정도의 행동을 했다”며 “상식적인 윤리위라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보고 난 뒤에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신환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민주적 절차로 국민과 당원이 뽑은 당대표를 9명의 윤리위원이 탄핵하는, 정치적 불순한 의도를 가진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반면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고 언급하면서 윤리위의 원칙적인 대응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리위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직권으로 개시한 것을 두고 월권 논란도 일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규에 따라 윤리위는 당무감사위원회의 절차를 거친 뒤 징계안을 직접 회부할 수 있다며 “그런데 당무감사위원회가 조사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도 없는 상태”라고 ‘무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윤리위와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당규를 보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 대표가 임기 후반기 과제로 추진하는 당 혁신위원회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날 최재형 위원장을 필두로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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