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푸드스타일리스트·셰프로 활약
식재료 고유 맛 내기 위해 소금만 6가지 정도 사용
올리브 오일에 구운 가지구이, 페타치즈·민트와 ‘삼합’
피시앤칩스도 한국식 생선튀김 요리로… 고추장 소스에 ‘찍먹’
이후 2006년 tvN 개국방송 중 하나였던 옥주현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해 인지도를 높였고 광고 푸드스타일링까지 하면서 요리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광고주가 원하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야 했는데 요리를 알고 작업한 것과 모르고 작업한 것은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리 공부에 본격적으로 전념했다.
덕분에 31살 때 업계 최연소 요리선생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박수홍, 김현철, 성시경 등이 진행한 요리 프로그램을 거의 도맡았다. 또 2015년 수요미식회 첫 방송부터 패널로 참여해 4년 동안 활약했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하던 홍 셰프는 대학생 시절 여러 선생님에게 요리를 배웠다. 미국 뉴스쿨 유니버시티에서 푸드스타일링 과정과 와인 과정을 이수했다. 양식은 미국에서, 한식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경험을 쌓았다.
처음부터 식당을 열 생각은 아니었다. 유기농 카페를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운영이 쉽지 않았다. 이에 카페를 접은 뒤 요리 수업을 진행하며 대중들과 소통을 이어나가던 중 주변의 권유로 식당을 오픈했는데 바로 ‘쌀가게 by 홍신애’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셰프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당시만 해도 가정식 식당이 많이 없었고, 집밥을 돈을 주고 사 먹는다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식재료에 대한 신념과 갓 도정한 쌀을 선보이는 정성 덕분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어 홍 셰프는 가정식 이탈리안 레스토랑 솔트를 10년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솔트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표방하지만 한국 가정식 요리처럼 속이 편안한 요리여서 어르신들도 편안하게 찾는 곳이다. 이탈리아의 옷을 입고 있지만 한식이라 부를 수 있다. 캔토마토, 파스타면 등 중심은 이탈리아 재료이지만 나머지 식재료는 모두 한국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이탈리아 손님들도 로컬화가 제일 잘된 이탈리아 식당이라고 칭찬한다. 홍 셰프에게 요리는 무국적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한국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는 집밥 느낌처럼 그 계절에 나는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요리해서 선보인다.
홍 셰프는 소금, 쌀, 물을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여긴다. 쌀가게 by 홍신애와 솔트는 이런 철학이 잘 반영된 곳이다. 갓 도정한 쌀을 활용한 밥을 일상화한 것처럼 지금은 소금에 많이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소금 맛이 다 짠 줄 알지만 소금마다 다양한 맛을 지녔다. 이런 소금 맛을 알리려고 다양한 소금을 재료들과 매칭하는 메뉴들로 솔트를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수분이 많은 식재료에는 덩어리라 빨리 녹지 않지만 녹았을 때 쓴맛이 나지 않는 소금을 쓴다. 또 소스를 만들 때는 끓여도 맛이 변하지 않을뿐더러 수분이 날아가도 염도가 거의 똑같은 소금을 사용하는 식이다.
홍 셰프는 현재 여섯 가지 정도의 소금을 사용하는데 소금 맛을 다양하게 느끼도록 요리의 기본인 밑간을 하지 않는다. 보통 밑간으로 삼투압 과정을 거쳐야 음식의 맛이 깊어지고 풍미가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홍 셰프는 소금 자체가 다른 맛을 창조하는 것을 차단하고 원재료 맛만으로 승부를 하고 싶었다. 이에 마지막에 가미된 소금으로 음식의 맛을 높이도록 메뉴를 구성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가지구이와 페타치즈 삼합. 마리네이드를 하지 않고 썰어서 그냥 구운 가지는 특별한 가향, 훈연 없이 가지로만 깔끔하게 구워낸다. 페타치즈, 민트를 올려서 먹는 삼합으로 올리브 오일, 꿀, 소금, 후추를 사용해 가지 본연의 맛을 가장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가지의 수분감은 있지만 기름은 느껴지지 않는 요리로 홍 셰프의 할머니가 해주시던 가지 반찬의 오마주다. 가지를 구워 살짝 말리듯 만들던 요리를 모티브로 만들었는데 구운 가지에서는 상큼한 과일 맛이 난다.
피시앤칩스도 그의 대표 메뉴. 남해안의 달고기와 제주도 가재 새우를 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는 한국식 생선튀김 요리다. 튀김옷 비율을 완성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최대한 심플하게 튀김옷을 만들어야 생선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튀김옷에는 별다른 향과 맛을 더하지 않았다.
홍 셰프는 세상의 수많은 먹거리를 끊임없이 먹어본 뒤 본인의 경험을 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홍 셰프에게 요리는 경험을 전달하고, 가치를 나누는 대상이다. 먼저 접한 식재료를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알려주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요리를 하고 싶단다. 요리가 즐겁고 행복해서 손을 움직일 수 있는 순간까지 계속 요리를 하고 싶다는 홍 셰프의 손맛은 오늘도 미식가들을 솔트로 불러 모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