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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초에 벌써 36도… 전력 수급 문제 없을까? [뉴스+]

입력 : 2022-07-05 06:00:00 수정 : 2022-07-05 09: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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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 2018년보다 기온 높아
6월 전력수요 7만㎿ 역대 최고치
태풍으로 뜨거운 수증기 잇단 유입
기상청 “8월 수준 더위 당분간 지속”

전력 수급 2018년과 비교해보니
4년 전엔 원전 8기 정비로 수급 불안
발전설비 총량도 크게 늘어 공급 안정
‘시운전’ 신한울 1호기 비상 투입 가능
8월 무더위 때 수급경보 발령 전망도
여전히 싼 전기요금에 수요 조절 난항
전문가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껴야”

‘에너지캐쉬백’ 사업 전국 시행
참여가구보다 평균 사용량 적으면 혜택
㎾h당 30원… 6개월 단위로 현금 지급
서울의 대형마트 앞 전광판에 낮기온이 36도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낮에 오른 기온은 밤에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4일 새벽 서울 최저기온은 26.4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는 수일이나 더 발생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외에도 강원 강릉 27.3도, 경북 포항 26.6도, 제주 26.1도 등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전날 낮 최고기온은 경북 상주 36.0도, 청송군 35.8도, 강원 정선군 35.0도 등으로 7월 상순 기준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올해는 1994년과 함께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남은 2018년보다 기온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유는 다르다. 2018년에는 장마가 끝난 뒤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대기 아래층을 뒤덮은 상태에서 그 위로 또 다른 더운 성질의 공기덩어리인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이중으로 감쌌다. 더운 김이 가득한 채로 냄비뚜껑 아래 갇힌 셈이었다.

 

올해는 지상부터 대기 하층이 뜨겁게 달궈진 상태다. 지난 1일 열대 해상에서 발달한 제4호 태풍 ‘에어리’는 경로를 일본으로 틀었지만 우리나라까지 막대한 수증기와 열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주말부터 현재 우리나라에 찜통더위가 발생한 이유도 에어리로 불어들어온 고온다습한 공기 탓이다. 대기 상층은 상황이 다르다. 대기 꼭대기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있다.

대기 상·하층이 모두 더운 공기로 갇힌 2018년 때보다 낫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에어리가 사라진 자리에 중국 남쪽에서 소멸한 제3호 태풍 ‘차바’가 이 지역에 풀어둔 열대 열기와 수증기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현재 에어리가 뜨거운 수증기를 주입시켜서 더운데, 에어리가 빠져나가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빈 자리를 잡고 이맘때쯤 차바가 풀어놓은 수증기까지 우리나라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낮 기온이 33∼35도까지 오르던 더위가 살짝 누그러져도 기온은 30∼32도까지 오르고 수증기가 들어와 체감하는 더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여름 초입 더위는 계주에서 주자가 바통을 넘겨받듯 단속적인 요인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름 한복판으로 들어서는 8월까지 무더운 ‘더위 계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북태평양고기압은 우리나라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았다.

열대야가 이어진 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 공원 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우 예보분석관은 “우리나라에 7∼8월 수준에 상당하는 더위가 벌써 나타났다”며 “현재까지는 갑자기 수축할 신호는 보이지 않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티베트고기압까지 확장한다면 ‘최악의 여름’을 맞게 될지 모른다.

 

온열질환자는 이미 작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전날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4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명)의 2.9배에 달했다. 지난 1일 경남에서 올해 첫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전날 경기와 충북에서도 사망자가 1명씩 발생했다.

 

6월 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최대전력(하루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수요)의 월 평균값은 7만180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6월에 7만㎿를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달 최대전력이 가장 높았던 날은 27일 오후 5시로 8만4739㎿를 찍었다. 냉방 가동으로 전력수요가 늘어 전력 공급예비율의 마지노선인 10% 선이 깨지기도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2022년 원전 풀가동으로 ‘여유’… 찜통더위 장기화 땐 안심 못해 

 

보통 ‘한여름’은 장마철이 끝난 뒤 푹푹 찌는 7월 중하순부터 보름 남짓한 기간을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6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름철 ‘에너지 보릿고개’를 걱정하게 됐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석탄, 가스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수은주가 올라가는 만큼 냉방기기 가동은 늘어 수요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적극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 현재 최대전력은 8만7829㎿(메가와트)를 기록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른 2∼3일은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주말이었음에도 최대전력이 7만4000㎿대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16∼19.4% 높은 수준이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 상황 현황판에 현재 전국의 전기 사용량과 예비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아직 더위와의 ‘본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력 수요가 여느 해 최대치에 육박하면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도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에서 다음 달 둘째 주 최대전력이 91.7∼95.7GW(기가와트·1GW는 1000㎿)까지 늘어 전력 예비력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5.5GW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실제 전력피크는 기온과 관계가 깊다. 전국적인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무더위가 닥친 2018년 여름 전력 수요는 9만2478㎿까지 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이에 비해 긴 장마로 8월 하순에야 늦더위가 찾아온 2020년에는 6만∼7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던 전력 수요가 8월26일 8만9091㎿로 그해 최대 수요를 보였다.

그러나 올여름 2018년을 능가하는 더위가 찾아오더라도 전력 공급 측면에선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그때보다 발전설비 용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2018년 7∼8월 국내 발전설비는 11만7000㎿였다. 지금(4월 기준)은 13만3000㎿가량 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1만5000㎿ 늘었고, 가스발전과 원전도 각각 3350㎿, 1400㎿ 늘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는 “2018년에는 설비 용량이 있어도 원자력발전소 8기가 정비에 들어가 수급이 타이트했었는데 올여름에는 원전 정비를 다 마치고 가동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신한울 1호기가 여차하면 투입될 수 있는 것도 걱정을 덜어 주는 요소”라고 했다.

신한울 1호기는 1400㎿급의 국내 27번째 원전으로 지난해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운영 허가를 받아 지난달 9일 첫 계통연결에 성공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송전선로에 흘려보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은 시운전 중이다. 정부는 신한울 1호기 등 9.2GW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한 상태다. 예비자원이란 평상시에는 가동하지 않지만, 예비력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동원되는 것을 말한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박종배 건국대 교수(전기공학)도 “신한울 1호기의 용량이 꽤 되는 만큼 (위기 시) 본격 활용하고, 그다음 자가발전 설비가 제대로 동원되도록 미리 설비 점검도 한다면 공급 측면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전기를 여유 있게 써도 된다’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열대야나 폭염이 3∼4일 이어지다 한풀 꺾이면 괜찮지만, 일주일 이상 계속될 경우 수요가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현재는 전기를 편하게 쓰면 안 될 때는 분명하다. 외국을 보면, 유럽도 그렇고 일본도 정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전기를 쓰지 말라는 경고음을 계속 내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경각심을 갖고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 아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가격’(전기요금) 신호가 한국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전기요금이 시장에서 결정돼 연료비가 오른 만큼 전기요금도 오르지만 한국에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 최소한의 상승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전기요금을 20∼30% 올렸고, 유럽에서는 50% 이상 올린 경우도 있지만, 국내 인상률은 10%에 못 미친다. 한전의 ‘30조 적자’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교수는 “여름철 전력수급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요인은 냉방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라며 “전기요금이 정상화되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회복된다. 근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한 한국전력공사 협력사에서 직원이 전기요금 청구서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전기 덜 쓰면 현금으로 돌려드려요”

 

다른 아파트 단지나 가구보다 전기를 덜 썼으면 그만큼 현금으로 돌려받는 ‘에너지캐쉬백’ 사업이 4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 전력수급대책 기간 첫날인 4일 서울시청에서 ‘지구를 아끼는 우리는 NZ(net-zero) 세대’라는 슬로건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에너지효율혁신 발대식’을 열고 에너지캐쉬백 사업을 전국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여기에 참여하는 아파트 단지나 가구보다 평균 전기 사용량이 적으면 그만큼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체 참여 가구와 단지의 평균 에너지 절감률보다 더 에너지를 많이 절약한 가구와 아파트 단지에 해당 절감량에 비례해 현금을 6개월 단위로 지급한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에서 한 시민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지의 경우 절감량을 8개 구간으로 나눠 10㎿h(메가와트시) 이하를 줄였으면 20만원, 30㎿h 이하를 줄이면 60만원 식으로 차등해서 정액으로 지원한다. 130㎿h보다 더 줄였을 경우 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가구의 경우 절감량 1㎾h(킬로와트시)당 30원의 캐시백을 지급받는다.

 

산업부는 지난 2∼5월 넉 달간 세종·나주·진천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사업을 시범 실시해 총 779㎿h의 전기를 아꼈다. 전기차 니로 1만2200대를 완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새 정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첫 에너지위원회에서 ‘시장원리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논의하며 가정·건물 부문의 에너지효율화 이행 방안으로 에너지캐쉬백을 발표한 바 있다.

 

참여를 원하는 가구와 아파트 단지는 ‘한전 에너지마켓플레이스’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박유빈·윤지로·이진경·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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