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이 재편된 ‘민선 8기’ 첫날의 모습은 어땠을까. 전국 광역단체장 17명과 기초단체장 226명은 치솟는 물가와 쏟아진 폭우를 의식해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간소히 치른 뒤 곧바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온라인 취임식을 연 뒤 곧바로 종로구 창신동 일대 쪽방촌을 둘러봤다. 애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폭우 피해가 이어지면서 계획을 틀었다. 그는 폭우에 취약한 쪽방촌을 돌면서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아예 취임식을 취소했다. 당일 오전 노타이에 백팩 차림으로 출근하자마자 도청 2층의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근무자를 격려하고 호우 피해와 복구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어 비상경제 대응조치에 서명하며 ‘실사구시’와 ‘공명정대’를 강조했다. 당초 김 지사는 도청 대강당에서 도민 등 500여명을 초청해 대담 형식으로 취임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진태 강원지사는 봉사활동으로 첫날을 시작했다. 유 시장은 먼저 코로나19 관련 부서 직원들을 격려한 뒤 인근 노인복지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김 지사도 취임식을 생략한 채 춘천 남부 노인복지관을 찾아 배식 봉사를 했다.
취임식을 예정대로 치른 광역단체장들도 다양한 모습으로 개성을 뽐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프레젠테이션(PPT) 취임사로 눈길을 끌었다. 15분간 자신의 시정 철학과 구상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공부문의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혈연과 학연, 지연에서 벗어나 유능한 인재를 널리 기용하고 시정 혁신과 재정 점검, 공공기관 정비를 과감히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직원 300여명과 조회 형식으로 취임식을 치른 박형준 부산시장은 ‘적극 행정’을 강조하며 ‘행정 규제’ 등의 글자가 적힌 나무 상자를 망치로 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박 시장은 취임사에서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겠다”며 ‘혁신’을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취임식장 입구에 게시판을 설치해 누구나 자유롭게 도지사에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취임식에 앞서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농수산물 수급 동향을 파악하는 등 민생 행보를 선보였고, 최민호 세종시장은 시 출범 10주년 행사와 취임식을 통합해 간소하게 행사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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