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에서 아라뱃길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이글거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다리 밑 그늘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가는 명당이다. 그 옆 공터에 자리 잡은 길거리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길거리에서 이발하는 모습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라 라이더들이 한 번씩은 눈길을 주며 지나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련한 이발사의 가위질은 능숙하고 여유롭다. 이발을 마친 손님이 거울로 완성된 머리 모양을 한번 보더니 마음에 든다며 엄지를 척 들어 보인다. 단골손님의 칭찬에 이발사는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던 무더운 여름날 오후에 만난 기분 좋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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