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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자유 찾은 탈북민, 저임금에 ‘허덕’ 차별에 ‘상처’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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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3 15:22:10 수정 : 2022-07-23 15: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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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23주년 맞은 하나원

코로나發 북·중 국경 봉쇄… 탈북민수 ↓
‘北어민 강제 북송’ 이후 귀순 꺼리기도

72%가 여성… 단순노무·서비스직 종사
일반국민보다 소득↓ 실업률↑ ‘고된 삶’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 우리사회 충격
직업교육 강화·양질 일자리 지원 시급

‘먼저 온 통일’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고난의 행군’ 여파로 2000년대 ‘북한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탈북민이 남한에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는 경기 안성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도 개원 23주년을 맞았다. 탈북민 10명 중 3명가량은 한국의 ‘자유로운 삶’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탈북민들 삶의 질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반 국민보다 훨씬 긴 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탈북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겼다. 문재인정부에 비해 보다 온정적인 탈북민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정부가 이들의 고용 불안정과 열패감 등을 어찌 극복할지 주목된다.

 

◆안성 하나원 개원 23주년 … 탈북민 수는 ‘급감’

 

2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3만3815명이다. 이 중 여성이 2만4340명으로 72%에 달한다.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들은 가장 먼저 개원 23주년을 맞은 하나원에서 12주간 진로·직업탐색, 한국사회 이해 증진 등의 교육을 받는다. 하나원은 남성 탈북민 전용 시설인 제2하나원과 함께 국가 보안시설로 분류된다. 이달 초 기자가 방문한 하나원은 잘 정돈된 대학 캠퍼스나 기업 연수원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넓어 보이는 하나원에 입소해 직업교육을 받는 탈북민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 수는 63명으로 나타났다. 2010년 국내 입국 탈북민 2402명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올 상반기엔 19명이 입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하면서 탈북이 더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또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귀순할 경우 강제 송환당할 것을 우려하는 북한 주민이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 삶의 질 개선은 여전한 과제다. 2019년 7월31일 서울 관악구에서 살던 탈북민 한모씨와 아들 김모군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굶어 죽어 한국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지기도 했다. 이들 모자가 사망 직전까지 받은 정부 지원금은 월 10만원 수준의 양육수당뿐이었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사무소(하나원) 본관 모습. 뉴시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민이 겪는 위기는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인 연계 부족 등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소득은 올라갔지만”… 삶은 여전히 어려워

 

자유를 찾아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도착했으나 탈북민들 삶은 일반 국민보다 열악한 게 현실이다. 남북하나재단의 ‘2021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민 2461명의 한 달 평균 임금은 227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물론 탈북민의 월평균 임금 추이를 보면 상승세이긴 하다. 2017년 178만7000원에서 4년 동안 약 50만원이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273만4000원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탈북민의 일자리는 단순 노무와 서비스 직군에 편중돼 있다. 이들이 근무하는 직업 유형은 단순노무직(26.8%)이 가장 높다. 일반 국민의 단순노무직 종사 비율이 14.8%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탈북민들의 2위 직업 유형은 식당 등 서비스업(17.8%)이다. 탈북민들은 또 장시간 근무에 허덕이고 있다. 재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36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한 탈북민은 85.4%나 됐다. 비슷한 수준으로 근무한다는 전체 근로자의 76.7%보다 높다. 탈북민들은 실업률도 높다. 탈북민의 지난해 실업률은 7.5%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9.4%)보다는 감소했지만,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던 2019년(6.3%)보다는 높은 수치다.

탈북민들이 직업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남북하나재단 제공

탈북민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몰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짧은 직업교육과 독박육아 등 때문이다. 탈북민의 약 72%는 여성이고 이들 상당수는 홀로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워킹·싱글맘’이다. 자녀를 돌보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피해가 특히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19는 탈북민들이 더 고달픈 삶을 살도록 내몰았다. 탈북민의 29.8%는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점으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삶’을 꼽았다. 상당수 탈북민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떠나온 이들이다. 이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브로커를 통해 정기적으로 가족과 연락하고, 한국에서 번 돈 일부를 북한 가족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중 국경을 봉쇄하면서 탈북민과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탈북민비상대책위 회원들이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 직후인 2019년 11월 서울 세종로에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또한 탈북민들은 ‘자유 한국’에 살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2등 국민’ 취급을 받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었느냐’는 문항에 탈북민의 16.1%는 “그렇다”고 답했다. 차별 및 무시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말투와 생활 방식 등 문화적 소통 방식이 달라서’(77.7%)였다.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45.5%),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오해(20.1%), 미디어에서의 부정적인 보도(13.6%) 등이 뒤를 이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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