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방역당국이 해외 입국자의 PCR(유전자증폭) 검사 기한을 기존 3일에서 1일로 앞당기며 해외 여행길에 오르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특히 향후 입국 후 자가격리 부활 등 방역조치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어 3년 만에 해외여행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은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북적였지만 여행객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아들과 함께 몽골로 여행을 떠난다는 40대 후반 최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며 일상생활을 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확산된다고 다시 규제하면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25일부터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은 입국 1일차에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도록 했다. 당일 검사가 어려운 경우 그다음 날까지는 검사를 마쳐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지난 6월 해외입국자 PCR 검사시한을 '입국 3일 이내'로 완화했었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5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3만5883명을 기록, 1주일 전(18일) 2만6279명보다 9604명(36.5%) 늘었다. 주말·휴일 진단검사 건수가 줄어 전날(6만5433명)보다 확진자는 반으로 감소했지만 같은기간 해외유입 확진자는 293명에서 343명으로 외려 늘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는 6월24일부터 한 달째 세 자릿수다.
계속해서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어나면 해외여행 길에 오른 상태에서 방역규정이 달라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도 오미크론 변이 유입 속도가 빨라지자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10일간의 자가격리가 5개월 만에 부활하며 혼란이 빚어졌다. 당시 입국규정 강화 이틀 전에 이 내용이 발표되자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해외여행객들이 '티켓전쟁'을 펼치기도 했다.
딸과 함께 싱가포르로 향한다는 김모씨(50·여)는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격리 조치가 생기면 직장 나가는데 차질을 빚는다"며 "자가격리가 생기더라도 계도기간을 줘야 한다"고 걱정했다.
여름휴가 기간에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씨(38)는 "지난해 연말에 미국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티켓을 예매했다가 격리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취소해야 했다"며 "8월 중순에는 여름휴가를 내고 하와이로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데 또 못 가는 것은 아닐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임모씨(65)는 오는 추석 연휴를 활용해서 남편과 난생처음 유럽 패키지여행을 예약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불안감이 커졌다. 임씨는 "여행 꿈에 부풀어야 하는데 매일매일 신규 확진자 수를 체크하는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에 이미 해외여행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8월 말에 괌으로 여름휴가를 계획 중이었다는 직장인 최모씨(42·여)는 "취소될까 봐 전전긍긍하느니 쿨하게 포기하기로 했다"며 "남편과 연말쯤 다시 상황을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입국 전에 해외에서 받아야 하는 검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현재 우리나라에 입국하려면 입국 전 48시간 이내 PCR 또는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아야 한다.
당국은 코로나19 유행이 더 커질 경우 입국 전 검사를 PCR만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RAT을 받을 경우 각각 10~30달러, 30~100달러 정도가 든다. 하지만 PCR의 경우 각각 60~200달러(약 7만9000~26만3000원), 100~300달러(약 13만1000~39만4000원)로 크게 올라간다.
4인 가족이 미국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면 미국에선 PCR 비용으로만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추석 연휴에 미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서울 강남구 직장인 황모씨(38)는 "안 그래도 환율과 물가 부담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PCR까지 의무화한다면 마음을 접어야할 듯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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