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골프채 챙겨…현장 견학 참가 안 해
尹 정부, LH 등 방만 운영 공기업 수술 나설 듯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특별공급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간부가 제주도 출장 중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주거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LH의 도덕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LH 등에 따르면 LH는 출장 중 LH 소속 간부들이 제주도 현장 견학에서 별도 허가 없이 골프를 친 것에 대해 내부감사에 착수했다. LH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LH 소속 실장과 국장 등 3명은 지난달 13~16일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현장 체험 출장을 갔다. 하지만 이들은 14일 친환경 관련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에 참가하지 않고, 별도 허가 없이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길에 골프채 등을 챙겨 제주도에 온 것이다.
LH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LH는 지난달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과 함께 2년 연속 낙제점 수준인 ‘D(미흡)’를 받았다. D는 6단계 등급 중 E(아주 미흡)를 제외한 최하 등급이다.
이처럼 LH가 경영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H는 일부 직원들이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에 100억 원대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LH는 신도시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라, 이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방지 의무와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로 이전 하는 기관이나 기업 종사자들에게 주거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한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 특별공급을 악용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확인되기도 했다. 주택 특별공급 과정에서 부적격자 100명이 넘는 공무원이 특별공급을 받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주택 공급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주체인 LH는 이런 공무원들의 부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1조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설립목적에 대해 “국민주거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논란이 된 LH가 공기업으로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여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위원은 “LH는 특별공급 사태와 투기 의혹 등으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지 오래”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도덕적 해이는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LH와 현재 막대한 경영손실을 입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공기업에 대한 수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인사 정책은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약 10만명 늘리며 2021년에 44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급증했다. 지난해 공기업·공공기관 350곳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6976만원으로, 중소기업(3100만원)의 2배가 넘고 대기업 임직원 평균 연봉(6348만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 과제에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을 넣었다.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며, 자율·책임경영 및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메스’를 들겠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지금 당장 지분의 50% 이상을 민간에 매각하는 완전 민영화에 나서기는 힘들지만, 일부 방만하게 운영되어온 공기업의 경우 인원 감축 등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 대한 효율화에 나서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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