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놓고 ‘내부 총질’ 표현을 쓴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공개에 같은 당 박민영 대변인은 27일 ‘믿었다’는 말을 여러 번 언급하며 “청년들의 쓴소리와 그로 인한 성장통을 어찌 내부 총질이라 단순화할 수 있느냐”고 윤 대통령에게 따져 물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세대를 통합하고 세대교체의 교두보가 되어줄 시대의 리더로 윤석열 대통령을 믿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의 중징계를 확정하는 순간까지도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믿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앞서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에 ‘내부 총질하던 당 대표’라던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닿은 게 외부로 공개되면서, 여권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했고, 권 직무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며 답했다.
그동안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온 윤 대통령의 이 대표를 향한 불편한 심기가 이번 메시지에서 뒤늦게 노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성 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떨어진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작용설’이 연결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 징계가 결정된 이달 8일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당원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의도 상황에 거리를 뒀었다. 하지만 권 직무대행 휴대전화에서 공개된 윤 대통령의 메시지로 국민의힘에 내홍의 불안감이 점차 덮쳐오는 분위기다.
권 직무대행은 메시지 공개 2시간여 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을 염두에 둔 듯 “대통령께서도 당 소속 의원님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셨다”며 “이와 함께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의 투쟁, 그 과정에 많은 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내부 총질’이라는 단순한 말로 퉁칠 수 있는 것이었느냐”며 “처음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권에 머무른 지난 1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토로했다. 그리고는 “무엇을 위해 매일 밤을 설쳐가며 이토록 조급하게 뛰어온 것인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 대변인은 이러한 자신의 글마저 당정을 해치는 내부 총질로 받아들여진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도 다음으로 미뤄두겠다”며 글을 마무리한 박 대변인은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시즌2’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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