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숲길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딸기를 만날 수 있다. 잘 익은 빨간 산딸기는 바라만 보아도 저절로 침이 고인다. 산딸기는 영어로 ‘라즈베리’(raspberry), 우리가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딸기는 ‘스트로베리’(strawberry)라고 한다. 라즈베리는 ‘거친’(rough)이란 단어에서 유래했고, 스트로베리는 재배할 때 주변에 ‘짚’(straw)을 깔아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산딸기는 장미과의 산딸기속(Rubus)에 속한다. ‘줄딸기’ ‘멍석딸기’ ‘나무딸기’ 등이 같은 속인데 보통 5∼6월 꽃이 피고 7∼8월 한여름에 빨간 열매를 맺는다. 딸기와 산딸기 열매는 빨간 열매에 검은깨처럼 보이는 씨가 열매 전체에 콕콕 점처럼 박힌 형태다. 하지만 딸기의 진짜 열매는 우리가 달콤하게 먹는 과육 부분이 아니라 씨처럼 생긴 검정색 부분이다. 검고 딱딱한 작은 열매들은 딸기꽃의 여러 암술로부터 각각 만들어지고 꽃이 줄기에 달리는 부분(화탁)이 함께 부풀어 달콤한 과육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씨방 이외 부분이 함께 이룬 열매를 ‘헛열매’, 감이나 복숭아처럼 씨방 자체가 열매로 자라난 것을 ‘참열매’라 한다. 산딸기도 하나의 열매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작은 열매들이 모여 만든 ‘모임열매’(취과)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크랜베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고지베리’ 등 중에서 진짜 베리(berry)는 진달래과의 크랜베리와 블루베리, 가지과에 속하는 구기자나무 열매 고지베리뿐이다. 식물학적으로 베리라 불리는 열매는 ‘장과’(berry)라고 하며, 여러 개의 씨가 과육으로 둘러싸여 한 개의 암술로부터 만들어진 열매를 뜻한다. 토마토, 감, 포도가 대표적인 장과 열매이고 바나나, 키위, 가지도 같은 종류다. 정작 딸기류인 라즈베리, 스트로베리, 블랙베리는 베리가 아니다.
산행하다 갈증이 날 때 주변을 잘 살펴보자. 새콤달콤하면서 철분과 칼슘도 풍부한 싱그러운 산딸기가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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