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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살해 3건 중 1건이 집유… “가중처벌 필요”

입력 : 2022-08-05 08:00:00 수정 : 2022-08-05 10: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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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존속 살해 판결 30건 분석

극단적 선택 잇따르며 지적 확산
실형도 징역 5년 이하 절반 차지
존속 살해 모두 실형과 달라 논란

“사회도 양육책임… 돌봄 확대를”

최근 극단적인 선택 과정 등에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卑屬)살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 의정부의 한 오피스텔에서 40대 부부와 6세 남자 어린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빚이 많아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다. 지난달 31일 충남 아산에서 40대 엄마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녀 4명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다행히 이들의 건강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을 박탈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동반자살’이 아닌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같은 가족 간 살인인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尊屬)살해’ 처럼 비속살해 역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돌봄 책임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조유나(10)양 일가족이 살던 광주 남구 한 아파트 문 앞에 지난 6월 27일 자전거 2대와 법원 특별우편 송달을 안내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광주=뉴스1

자녀를 살해하는 부모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아동학대 사망 원인에 포함해 조사한 결과,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12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부모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로, 부모가 사망하지 않고 자녀를 살해한 것을 포함하면 더 많은 자녀가 부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죄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와 달리 존속살해죄는 가중 처벌 대상으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존속살해의 경우 재판부가 형량을 최대한 감경해도 집행유예 처분을 내릴 수 없지만, 일반 살인죄로 분류되는 비속살해는 감경시 집행유예 등 낮은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판결에서도 온도차를 보인다. 세계일보가 지난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판결이 내려진 비속살해와 존속살해 사건 15건씩 분석한 결과, 비속살해는 3건 중 1건이 징역형에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유예 판결이 5건 내려졌으며, 10건의 실형에서도 징역 5년 이하가 6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낳았던 아이가 새벽에 분유를 주어야 할 시간을 맞추지 못한 실수로 인해 울다 지쳐 몸이 처져 있는 것을 보고 뇌손상을 의심하며 발달이 멈췄다고 믿었다. 이후 자책을 이어오다 아이가 날이 갈 수록 큰 소리로 칭얼대자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생각해 살인하기로 마음먹었고, 이후 아이의 얼굴 부위를 이불로 덮어 질식사하게 했다. 재판부는 “자녀는 부모와는 독립된 인격체다. 보호할 의무가 있는 어머니인 피고인이 질식케 살해한 것으로 어린 자녀의 생명을 뺏은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출산 후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고, 피고인은 평생을 어린 자식을 죽인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떠한 형벌보다도 무거운 형벌”이라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존속살해죄의 경우 모두 실형이 선고됐는데, 징역 10년 미만은 3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2건은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았다. △징역 5년 이하 1건 △징역 5~10년 미만 2건 △징역 10~15년 미만 5건 △징역 15년 이상 7건이다.

 

B씨는 지난해 2월 함께 거주하던 어머니 C씨를 살해했다.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B씨는 군대 전역 후 도축 일을 하고, 가구∙식재료 공장 등을 전전했다. 이를 지켜본 C씨가 “진득하게 일하지 못하고 방황하느냐”고 해 다투는 일이 잦았는데, 어느날 B씨의 감정이 폭발해 살해에 이르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직후 자수하였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형법이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을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자신을 길러준 모친을 살해한 이 사건 범행은 용납될 수 없는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라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비속살해와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판결 사이에 형량의 온도차는 극명하지만 재판부의 양형 사유는 유사한 경우가 많다. 경제적 상황을 비관해 범행을 저지르고, 우울증 등이 심신미약으로 공통적으로 고려됐지만 판결 결과는 달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뉴시스

이를 두고 비속살해도 가중처벌을 통해 범죄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사 사건 전문의 한 변호사는 “부모가 죽음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자녀의 생명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범죄도 비난의 정도가 크지만 국내 법 감정은 관대한 측면이 있다. 가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과 같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이 죽으면 남는 자녀를 어찌하나 걱정하고, 관련 사건이 알려지면 국민들은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며 공감하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들 생명의 주인은 그 당사자인 아이들이다. 자녀를 살해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자녀에 대한 양육 책임이 부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돌봄 복지를 확대하고, 부모가 없더라도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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