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대만을 사실상 전면 봉쇄하는 초대형 무력 시위에 다양한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 무기를 대거 동원했다.
이는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때 미국 항공모함 두 척이 투입되자 물러났던 중국이 과거와 달리 미국에 꿀리지 않는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4일 대만 일대 바다와 공중에서 진행된 대규모 군사 훈련 모습을 관영TV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 공개하면서 무력시위 효과 극대화에 나섰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중국군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이었다.
중국군이 이날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을 대만 북부·동부·남부 해역에 발사한 가운데 중국군 동부전구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트럭 이동발사대에서 흰색 탄도미사일이 발사돼 날아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중국군이 오랫동안 운용해온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DF-15 중에서도 최신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중국군은 지난해 8월 CCTV 보도를 통해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당시 소개된 사진과 이날 동부전구가 공개한 사진이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군은 당시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복잡한 전자기 방해를 뚫고 적 통신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화면에 공개된 DF-15 개량형 미사일 외에도 중국군이 이날 다양한 둥펑 계열 탄도미사일을 섞어 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중국은 ‘항모킬러’ 미사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DF-21D, DF-26과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음속의 10배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DF-17을 개발해 실전배치해둔 상태다. 중국은 과거 수십년간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 등 타국이 대만을 돕지 못하게 하는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을 전제로 스텔스 전투기, 중거리 탄도 미사일, 항공모함 등 첨단 전력을 대폭 확충했다.
중국이 이번 훈련에서 미국의 대만 군사 지원을 차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스텔스 전투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하고, 외부에서 보란 듯이 국영TV 뉴스 화면을 통해 공개까지 한 것은 미국이 유사 시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날 하루에만 100여대 이상의 군용기를 대만 무력 시위에 투입했다고 밝히면서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J-20은 중국이 현존하는 세계 최강 전투기인 미국의 F-22와 맞대결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 실전 배치한 스텔스 전투기로서 만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제공권 장악, 중요 표적 정밀 공격 등 임무에 투입될 핵심 전력이다.
앞서 3차 대만해협 위기 때 중국은 1995년 7월부터 1996년 3월까지 8개월에 걸쳐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등 전쟁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시켰지만 미국이 두 개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 인근에 집결시키는 초강경 대응에 나서자 무력 시위를 슬그머니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꼬리를 내렸던 중국은 이후 유사 시 미국의 대만 군사 지원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 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실제 미국도 특히 항공모함이나 괌 등 미국의 아시아 전초 군사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에 심각한 위협감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안보연구프로그램을 이끄는 테일러 프레블 교수는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군이 1995∼1996년 대만해협 3차 위기 당시에는 보유하지 못했던 능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군이 기술발전과 훈련등에 힘입어 자국군을 현대화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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