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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美·中 갈등 독박 쓴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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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7 23:57:37 수정 : 2022-08-07 23: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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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펠로시 의장 대만행에 무력시위
대만은 ‘비합리적 행태’ 호소가 전부
韓도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 낀 신세
내일 한·중 외교회담…지혜 발휘해야

“중국공산당의 대만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계속된 위협을 방관해선 안 된다.”

 

대만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날렸다. 1991년 베이징에서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추모 성명으로는 부족했다는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는 지속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 맞선 단호한 정치 지도자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펠로시 의장은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불장난하지 말라”며 응징을 약속했다. 미국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자부했던 중국이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진 못했다.

 

고위 장성급 군사령관 사이의 전화 통화 등 현행 대화와 협력 채널을 대거 단절하고 펠로시 의장과 그 직계 친족을 제재키로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화 창구인 미·중 경제 및 외교 당국 간 대화 채널은 포함되지 않은 선언적인 수준이었다. 직접적인 제재는 펠로시 의장 개인에게만 향했다.

 

대만에 대해선 달랐다. 대만을 포위하듯 주변 해역 6개 구역을 훈련 지역으로 지정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떠난 후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다연장 로켓을 여러 발 발사하는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사상 최대 규모인 100여대의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를 동원해 정찰, 공중 돌격, 엄호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하며 대만을 위협했다. 중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젠(J)-20도 훈련에 참가했다. 대만과의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시한 채 제집 드나들 듯 넘어 다녔다.

 

중국은 직접적인 군사 공격만 하지 않았을 뿐 원하면 언제든 무력으로 대만을 제압할 수 있다는 ‘하나의 중국’에 대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드러냈다. 

 

군사적 대응뿐 아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 카드도 꺼내 들었다.

 

중국은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등 100여개 대만 기업의 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대만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원료를 추출하는 천연모래 수출도 끊었다. 

 

대만의 반응은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주 비행경로가 대기권 밖에 있어 지상에 해가 되지 않는다”며 “북한에 배웠느냐”는 타박이 전부였다.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해서인지 머리 위 상공으로 미사일이 지나갔지만 공습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았다.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부당하고 악의적인 행위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국제사회에 중국의 비합리적인 행태를 호소하는 것이 대응의 전부였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유탄을 대만이 오롯이 뒤집어쓴 꼴이 됐다.

 

대만 상황을 남의 얘기로 치부하기엔 한국이 처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 체제에 돌입하면서 한국도 대만처럼 열강들 틈바구니에 낀 새우 신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당장 미국은 한국에 일본, 대만과 함께 반도체 협력체제인 ‘칩4(Chip 4) 동맹’ 가입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와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라도 빌려오고 싶을 정도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은 지난 5년간 중국에 존중받지 못했다”며 문재인정부의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비판했지만 ‘가치 외교’ ‘실용 외교’ 등을 주창한 윤석열정부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 방한 시엔 휴가를 이유로 대면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하라”는 발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중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중국에 대한 ‘적극 외교’와 중국으로부터 ‘존중’을 받기 위한 외교의 시작이 9일 열리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회담이다. 시작부터 실타래가 꼬여선 안 될 것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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