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전 이혼소송에서 유책 배우자로 판단되어 청구가 기각된 남편이 다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그간 이혼을 거부했던 부인이 남편을 비난만 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예외적으로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지난 칼럼(7월18일 게재)을 통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사례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설명드렸는 바, 이번 편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와 판시사항 및 시사점을 소개합니다.
○ A와 B는 2010년 3월쯤 혼인하여 11세의 딸을 두고 있음
○ A는 B와 갈등을 겪어오다가 2016년 5월쯤 집을 나가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이혼청구가 기각됨
○ 이혼소송 기각 후에도 A와 B는 별거했는데, A는 딸의 양육비를 지급했고 B와 딸이 거주하고 있는 자신 명의의 아파트에 관한 담보 대출금도 갚아 나갔음
○ B는 A에게 딸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했고, 일방적으로 아파트의 잠금장치를 변경하고 A에게 열쇠를 주지 않았음
○ A는 결국 2019년 9월쯤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B는 계속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힘
위 판례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인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혼인계속의사의 기준과 방법을 구체화해서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즉 재판부는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해 그 배우자가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 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한쪽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 배우자라는 이유로 패소가 확정됐더라도, 이후 상대방도 유책성을 계속 비난하며 전면적인 양보만 요구하거나 민‧형사소송 등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이 남아있는데도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상대방을 설득해 협의에 의해 이혼하는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 시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재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경진 변호사의 Tip
‧ 위 판례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사례를 확대하거나 파탄주의의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닙니다.
‧ 지난 칼럼에서 설명드린 대로 유책 배우자의 상대방 배우자로서 혼인 유지에 대한 의지가 크면(특히 상대방의 유책성이 크지 않은 사안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면접교섭 제한보다 별거 상태가 고정되기 전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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