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술 마신 채 오픈카를 몰다가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탄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제주지검은 17일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부장판사 이경훈) 심리로 열린 A씨(35)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1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검찰은 “A씨가 가속이 힘든 구간에서 고의로 속도를 냈고, 사고 직전 제동·조향장치도 제대로 조작하지 않았다”며 “사고 후 비명을 지르는 등의 반응도 없었고, 피해자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등 사고를 예상한 것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사고 발생까지의 모든 행위가 고의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며, 과실이라고 해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변호인은 “음주 상태였음을 간과한 주장이다. 당시 사고를 피하려고 한 증거가 있음에도 검찰은 이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며 “다만 예비적 공소사실인 위험 운전 치사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피고인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로 오픈카를 과속해 운행하다 사고를 내 차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시속 114㎞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롯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조수석에 타고 있던 B씨는 사고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쳤고, 결국 이듬해 8월 숨졌다.
검찰은 A씨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1심에서 A씨를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가 B씨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하고 나서 곧바로 차 속도를 올리다 사고가 발생한 점을 확인, 이를 고의 사고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1심에서는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고 음주운전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후 항소심에서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 운전 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항소심에서도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라도 인정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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