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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미래] 저출산, 입시제도 그리고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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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8 23:13:53 수정 : 2022-08-18 23: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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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줄어 줄세우기 입시 무의미
대학, 전공 맞춤형 인재 선발 전환
기업도 직무별 수시채용 일반화
‘평생직장’ 옛말… 미래 준비해야

작년에 대치동 유명 일타강사가 수년 내 수능체계가 끝날 것이라면서 갑자기 은퇴를 선언하였다. 그가 어떤 수능의 미래를 예상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인구의 변화와 같이 생각해보면 대략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교육제도의 변화는 다양한 요인들과 결합하면서 기업의 채용과 업무 양식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시험과 같이 전국의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평가하여 그 성적을 줄 세우는 입시 방식은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수험생(공급)이 입학정원(수요)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러한 관계가 뒤바뀌었으며, 앞으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심화된다. 그리고 전체 수험생, 최소한 입시정원에 해당하는 수험생들 사이에는 차이가 일정하게 있는 촘촘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지역적으로나 계층적으로 교육여건과 학력수준에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렇게 격차가 큰 학생들에게 같은 문제를 제출해 한 줄로 세우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물론 상위권 학생들에서는 촘촘한 입시경쟁이 여전히 남겠지만, 이들을 위해 전국 학생들이 참여해야 하는 입시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학생 수의 감소로 전체 입시의 압력이 줄어들면서 상위권 대학들도 일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수능의 위기에서 앞으로 입시제도는 시험문제를 잘 푸는 ‘우수’ 학생을 찾기보다는 학교와 전공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채용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졸업에 맞춰 쏟아져 나오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정기공채가 필요했지만, 고령화·저성장 시대에는 일반적 우수성보다는 실제 업무 적합성이 더 강조되면서 직무별 수시채용이 더 일반화될 것이다. 그러면서 학벌보다는 구체적 전공과 실제 역량이 중요하게 된다.

생산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정년연장은 연공제의 폐지를 전제로 하며, 이에 따라 실제 업무성과의 공정한 평가에 따른 급여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현재에도 이러한 직무체계의 사례를 IT업계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 역시 노동시장과 평가방식의 변화에 맞춰 직무방식을 바꾸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어려운 사업장, 특히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은 노동력 확보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러한 임금체계와 평가체계의 변화는 직장인의 이직이 더 쉬워지는 구조를 만든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무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신입사원을 뽑고, 숙련된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위한 인사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새롭게 강조될 것이다.

이직이 일반화되면서 역량을 다시 강화하기 위한 재교육의 수요도 크게 늘어난다. 가까운 미래에 성인 재교육은 지금과 같은 교양교육 수준을 넘어 구체적 업무역량 강화 과정으로 발전되고, 더 이상 사설학원이 아닌 제도권 교육 내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는 교육체계의 대대적 변화를 수반한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서는 취업 이후에도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고,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문과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겠지만, 예를 들어 사회과학적 이해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는 방식 등 역량 준비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전망들이 언제, 어떻게, 어떠한 수준으로 일어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거시적 변화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이러한 정해진 미래를 개인, 기업, 사회, 정책 당국이 더 일찍,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수록 해당 주체들은 미래의 도전들에 더 잘 적응할 것이다. 이는 인구변화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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