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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안보위협에 日 우경화 심화… “평화헌법 개정” 31%→51%로 [한반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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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4 08:00:00 수정 : 2022-08-23 2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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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재무장 움직임에 동북아 긴장

헌법 9조 ‘전쟁 포기 조항’ 수정 개헌안
日 참의원 찬성비율 3년 새 61%→73%
17%만 동의하던 민주당선 75% “찬성”
절반 넘던 국민 반대의견도 33%로 뚝↓

北 미사일 고도화·대만해협 긴장 고조
日 “반격능력 필요” 방위력 증강 한창
日 재무장, 中·러 견제 필요 美와 이해 일치
“여론 힘입어 자위대 정규군화 가속” 전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주둔지를 방문해 10식 전차에 탑승하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동북아시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전략 경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이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본격화한 신냉전 시대를 맞아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유주의 진영의 ‘맏형’ 격인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해 대표적인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려는 인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정은 집권 10년째를 맞은 북한의 무력도발 움직임은 위협적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 사전훈련 이틀째인 이달 17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쐈다. 순항미사일은 ‘족집게식’ 정밀 타격이 가능한 전략 무기다. 북한은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다연장로켓포(방사포), 순항미사일 발사 등 다각적인 도발을 벌이고 있다. 한·미 연합연습 기간을 전후해 중국의 묵인 아래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점차 커지는 일본 평화헌법 개정 목소리

북한의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빈번해질수록 한국은 물론, 일본 역시 안보 위협을 크게 느끼는 상황이다. 북한발 미사일 대부분은 동해상으로 발사되는데 이 중 일부는 일본 영공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23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북한의 잇단 도발을 계기로 군사대국을 향한 일본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인 1946년 11월 평화헌법을 공포했다. 평화헌법은 올해까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국 헌법이 9차례 개정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전술유도탄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헌법 조항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제9조 ‘전쟁의 포기’ 조항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 직후 전범국가로 분류돼 군대를 보유할 수 없고, 타국과 교전을 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국가 교전권을 부인하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1990년 이후 일본 내에서도 개헌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헌법 9조를 바꾸자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게 된다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견제를 받는 데다 전범국 이미지를 지우지 못해 대외관계에 있어 이익이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보수정당인 자민당이나 유신회는 수십년 전부터 평화헌법 9조를 비롯한 전면 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 성향의 민주당이나 공명당 등은 개헌 필요성은 공감하되 전쟁 포기 조항은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이 잇따르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 미·중 간 전략 갈등이 커지면서 일본 내부에서는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자민당은 2018년 3월 △헌법에 자위대 존재 명기 △자연재해 등 긴급사태 대응 △참의원 합구(합쳐진 선거구) 해소 △평생교육 등 교육의 충실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발표했다.

일본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국민투표에서는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개헌할 수 있다. 일본 국민들의 개헌 공감대가 필요한 이유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019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당선자 11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는 헌법을 전면 또는 일부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개헌에 반대하는 비율은 32%였다. 보수 성향의 자민당과 유신회는 개헌에 100% 가까이 찬성 의견을 나타냈지만 민주당과 공명당의 개헌 찬성 비율은 각각 17%, 6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한 올해 7월에 참의원 당선자 116명을 상대로 실시한 같은 설문조사에서는 개헌 찬성 비율이 73%였다. 3년 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민주당 내 개헌 찬성 비율도 75%로 급증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 우경화 목소리가 불과 3년 사이 주류가 된 것이다.

◆보폭 넓히는 전범국의 재무장 움직임

평화헌법 개정 목소리는 일본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도 전후 76년간 바뀌지 않은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일본 유권자 13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헌법 9조 개정에 찬성하는 비율은 2018년 31%에서 2022년 51%로 늘었다. 반대 의견은 같은 기간 51%에서 33%로 줄었다. 자위대를 군대화하는 개헌안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인들이 북한과 중국의 안보 위협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일본인들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가 가장 주력해야 할 정책으로 개헌을 꼽지는 않았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은 기시다 정부가 가장 주력해야 하는 정책으로 물가대책(30%), 사회보장(23%) 등을 선택했다. 헌법 개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개헌이 일본 사회의 주된 요구는 아닌 셈이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시민 1055명을 상대로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개헌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하느냐’고 묻자 응답자의 58.4%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서둘러야 한다’는 응답은 37.5%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개헌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쓰키'호에 달린 욱일기 옆에 수병들이 도열해 있다. 칭다오=AP연합뉴스

그럼에도 일본의 재무장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사실상 군대나 다름없는 자위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자국 주변의 안보환경 변화를 이유로 방위예산을 증액하고 평화안전법제를 제정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선제 공격 가능성의 길을 열어놨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방위적 목적의 공격능력(반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개헌과 이를 통한 방위력 강화를 계속 추진할 경우 앞으로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방어적 목적’의 군대 보유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일제의 침략전쟁을 겪은 한국과 중국 입장에선 일본의 이 같은 군사대국화가 상당한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전방위적인 대중 봉쇄·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감안하면 일본의 재무장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개헌은 과반의 국민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절차적인 부분에서 사실상 어렵다는 분위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 우크라이나 사태나 여러 국제정세들이 굉장히 위협적인 상황들이 겹치면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이나 방위력 증강, 나아가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일 국민들 모두 관계 개선 원하지만… 과거사가 ‘발목’

 

북한과 중국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동북아시아 국가 간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윤석열정부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전임 정부와 달리 일본을 동반자로 보고 한·미·일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은 비단 보수정부만의 목표는 아니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일본은 자위대의 군대화 등 우경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상호보완적인 한국과 일본 경제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양국의 우호관계는 필수적이다.

 

한국과 일본 국민들도 양국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성인 16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일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국 85.8%, 일본 67.6%로 모두 절반을 넘었다. 한국 응답자의 81%, 일본 응답자의 63%는 한·일 관계 개선이 상호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과거사 문제에 관해서는 양국 간 인식 차가 컸다. 한국의 경우 ‘한·일 관계에서 미래를 추구해야 하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51.1%로 가장 많았다. 반면 일본인들은 ‘이미 사과를 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60.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 1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자산 특별현금화명령 관련 대법원의 신속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도 한·일 관계에 있어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최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 관련 최종 판단을 늦췄다. 최근 대법원에 ‘민관협의회 운영 등의 이유에서 판단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낸 정부 입장에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을 다소 번 셈이다.

 

한국 정부는 미쓰비시 강제 매각을 결정하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와도 우선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추후 일본에 청구하는 ‘대위변제’를 통해 시간을 확보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한국과 일본은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평화, 인권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전략과 미래 비전을 협의하는 외교 및 국방 장관 회담을 정례화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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