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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피해’ 한달 만에 또 비 예보… 수재민들 ‘한숨’

입력 : 2022-09-05 06:00:00 수정 : 2022-09-05 06: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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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떠는 수재민들
서울 신림동·구룡마을 한 달째 복구 작업
“매미 때 지붕 날아갔는데… 두려워”

피해 최소화하려면
유리창 틈새 있으면 깨질 위험 커
비상 조명은 양초 대신 손전등 준비

“아직 복구도 다 못했는데 강력한 태풍이 온다니 막막하네요.”

비가 부슬부슬 내린 4일 오전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집에는 도배 업체 관계자가 시멘트 바닥에 장판을 까느라 분주했다. 인부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아침부터 벽지를 새로 교체하는 등 집 수리에 한창이었다. 집 바깥에는 뜯어낸 벽지들과 함께 여러 가구가 놓여 있었다. 아직 작업을 마치지 못한 곳에는 곰팡이가 남아 있었다. 벽에 묻은 토사 자국은 침수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반지하 수리 한창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집에서 도배 업체 관계자가 장판을 깔고 있다. 지난달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겼던 이 집은 여전히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한서 기자

집주인 김모(58)씨는 반지하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내린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아직 다 복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들려온 태풍 ‘힌남노’의 북상 소식 때문이다. 힌남노가 1959년 ‘사라’ 이후 한반도 상륙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 꼽히는 2003년 ‘매미’보다 더 강한 위력을 지녔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김씨는 불안감이 커진다. 김씨는 “지난달 폭우 피해 이후 1000만원어치 가까운 물건을 버리고 차에서만 며칠을 지냈다”며 “이제야 바닥과 벽지를 바꾸고 있는데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온다고 하니 또 피해를 입을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8일 내린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는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폭우가 남긴 상흔은 여전하다. 많은 수재민이 복구 작업을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역대급’ 태풍을 맞이하게 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재민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만반의 대비를 해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둘러본 신림동 일대 거리 곳곳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고, 새 가구들을 실은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들은 지난달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태풍에 대비했다. 주민 A씨는 “태풍이 수도권을 직접 관통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서 물이 새지 않도록 시멘트를 벽에 더 발랐다”고 말했다.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도로 하수구가 역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찾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중학교의 체육관 등에서 지내던 수재민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왔지만, 복구를 끝마치지 못한 곳이 많았다. 한 주민은 지난 폭우 때문에 무너졌던 집 사이로 지나던 배수로를 정비했다. 70대 이모씨는 “과거 태풍 매미 때 지붕이 날아갔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까 봐 두렵다”고 울먹였다.

수도권 외에 폭우 피해를 겪었던 다른 지역 수재민들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전남 구례 한 마을의 일부 주민은 여전히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다. 경기 광주의 한 마을은 지난 폭우 때 산사태가 발생해 일부 주민이 고립되기도 했는데, 여전히 건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타격을 입은 광주시를 비롯한 특별재난지역에 태풍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날 현장을 미리 점검했다.

수재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신림동의 한 주민은 “오갈 곳도 없는 신세에 이제야 지난 폭우 피해를 수습하고 있다”며 “이번 태풍은 구청 등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4일 부산 해안가 한 아파트 유리창에 x자로 테이프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창틀에 종이 끼우고, 배수구 막힘 점검을”

 

태풍은 폭우·강풍 피해를 동반하기에 창문을 보강하고 침수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다. 미리 배수구 막힘 여부를 점검하고 모래주머니·물막이판 등을 두며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한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강풍이 불 때 창틀과 유리창 사이가 벌어져 있으면 깨질 위험이 높다. 태풍 ‘힌남노’는 특히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에 창틀과 유리창 사이에 틈새가 없도록 종이나 천 등으로 보강하는 것이 좋다. 유리를 창틀에 테이프로 고정하면 바람에 덜 흔들린다. 또 유리창 전체에 테이프를 X자로 붙이거나 안전필름을 덧대면, 강풍으로 유리가 깨져도 사방에 파편이 튀는 걸 막을 수 있다.

 

간판·교회 첨탑 등은 바람에 날리면 인명 피해까지 낼 수 있다. 미리 고정해 놓아야 한다. 공사장 등 낙하물 위험이 있는 곳은 가지 않도록 한다. 건물 출입문, 창문은 닫아서 파손되지 않도록 하고, 창문에서는 되도록 떨어져 있는 것이 권고된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상인들이 월파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다. 연합뉴스

하천, 해변,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 바람이 강할 때는 차량 속도를 줄여 운행해야 한다. 지난달 서울 폭우 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배수구를 치우는 시민 영상처럼, 집 주변 배수구 쓰레기 등을 치우면 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침수가 우려되는 지하주차장 입구, 건물 등은 모래주머니·물막이판 등으로 보강한다.

 

농경지는 배수로를 정비하고, 하우스 등은 버팀목이나 비닐 끈으로 단단히 묶는다. 비상시 대피할 가능성이 있다면 응급용품을 미리 챙긴다. 상수도 중단에 대비해 물을 받아두고 비상용 조명은 양초가 아닌 손전등, 휴대전화 등으로 준비한다. 집을 비운다면 가스를 잠근다.

 

재난행동요령과 대피소, 임시주거 시설 위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한서 기자, 원주=박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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