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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휘발유·전기료 상한제 … “고물가 좌시 않겠다” 각국 대책 분주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09-05 23:00:00 수정 : 2022-09-06 02: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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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물가 급등으로 인한 서민 부담 낮추려 129조원 예산 지원
슐츠 총리 “서민 걱정 심각하게 인식…아무도 혼자 두지 않을 것”
인도네시아 46조원 들여 ‘반값 휘발유’·태국 최저임금 5% 인상
지난달 먹거리 물가 8.4%↑, 13년여만에 최고…서민 부담 커져
소득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 비중 커…1분위 41.7%·5분위 14.0%
한은 “소비자물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 예상돼”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서민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먹거리 물가는 치솟으며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더해 라면 등 가공식품 인상은 물론, 택시 요금, 전기·가스 요금도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각국 정부는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독일은 최근 88조원 규모의 3차 인플레 부담경감 패키지를 추가로 내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보조금을 들여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데 힘썼다. 태국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근로자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을 평균 5.02% 인상한다.

 

◆서민 부담 낮추려 정부 예산 쓰는 독일…“꼭 필요한 지출”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각국은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과 함께 피해가 큰 서민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독일 정부는 물가 급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650억유로(88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평상시보다 큰 이익을 낸 에너지기업들의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연립정부는 4일(현지시간) 18시간의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이 같은 규모의 3차 인플레이션 부담경감패키지를 채택해 발표했다. 1, 2차 인플레 부담경감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독일 정부의 지원 규모는 950억유로(약 129조원)에 달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많은 돈이 들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안전하게 극복하도록 이끌어나가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슐츠 총리는 “요즘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데, 우리는 모든 걱정을 아주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당신은 절대로 혼자 걷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아무도 혼자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또 신호등 연립정부가 에너지기업들의 초과이익에 대해 반드시 과세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EU) 또는 독일 정부 차원에서 유럽 전력시장의 특수성에 따라 에너지기업들이 전력가격 급등으로 인해 얻는 통상적인 이익을 뚜렷이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특별히 이익을 많이 내는 전력생산업체에 대해서는 이익 내지 가격상한제가 도입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또 전력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료 제동장치를 도입한다. 전력 사용에 대해 기본 사용 범위까지는 특별히 인하한 요금을 적용하는 반면, 이를 넘어가면 상한을 두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지원패키지 예산은 에너지가격지원금, 난방지원금, 주거지원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전국적으로 대중교통 이용 열풍을 불러일으킨 9유로(1만2000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티켓의 후속 티켓을 위해 15억유로(2조원)를 지원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가격을 낮게 유지하던 일명 ‘반값 휘발유’ 가격을 최근 약 31% 올렸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연료 가격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보조금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3배나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도 에너지 보조금을 502조4000억루피아(약 46조원)로 대폭 늘리며 서민 경제 안정을 지원했다. 보조금 예산 일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현금 지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물가 급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2년여만에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태국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0월1일부터 최저임금을 평균 5.02% 인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태국이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지난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최저임금제를 시행 중인 인근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뉴시스

◆자장면·설렁탕 등 음식서비스 물가 30년만에 최고

 

치솟는 물가가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유류세 경감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서비스 부문을 각 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부문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에는 빵 및 곡물, 육류, 수산물, 과일, 채소, 과자, 냉동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 자장면·설렁탕 등 주로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서비스의 경우 1년 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에서는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등 채소류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음식서비스에서는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 등이 많이 올랐다.

 

먹거리 물가 상승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서민층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4만7960원, 외식 등 식사비에 지출한 금액은 14만4442원이었다. 월평균 가처분소득(93만9968원) 대비로 보면 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가 26.4%, 식사비가 15.4%다. 먹거리 관련 지출 비중만 41.7%에 달해 전체 가구의 먹거리 지출 비중(19.0%)과 큰 차이가 난다. 이어 2분위 가구가 24.6%, 3분위가 21.7%, 4분위가 18.9%, 5분위가 14.0%로 소득이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 비중이 컸다.

 

연합뉴스

◆라면값·택시 요금·전기 요금 인상 줄줄이 예고

 

이와 함께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인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다. 스낵 주요 제품의 가격도 5.7% 올릴 예정이다. 서울시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내년에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거리요금과 시간요금 기준도 올린다. 오는 10월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주거·수도·광열에 지출한 금액은 22만2295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23.6%의 비중을 차지했다. 2분위는 12.4%, 3분위는 8.0%, 4분위는 7.0%, 5분위는 4.4%로 소득이 낮을수록 관련 지출 비중이 컸다. 교통도 1분위(10.5%), 2분위(7.7%), 3분위(9.5%), 4분위(9.2%), 5분위(7.4%)로 대체로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크다.

 

물가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낮춰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뒤 가진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7월 3.9%→8월 4.0%)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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