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관통한 부산은 정부를 비롯한 부산시의 사전 철저한 대비로 인해 큰 인명 피해 없이 지나갔다. 부산시는 전날 오전 9시를 기해 위기대응 단계를 ‘비상3단계’로 격상하고, 7600여 명의 공무원을 비상 대응에 투입했다.
그러나 태풍이 부산을 향해 다가오면서 버스와 철도, 여객선, 항공기, 도시철도 및 경전철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도로와 교량 곳곳이 통제됐다. 또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해운대구 마린시티에는 ‘빌딩풍’과 함께 파도가 도로를 덮치는 월파 피해가 속출했다.
6일 부산시와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로 인해 부산 금정구에 152.5mm의 비가 내렸고, 강서구에서 순간최대 풍속이 35.4m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태풍으로 기록된 ‘사라’와 ‘매미’에 맞먹는 초강력 태풍으로 알려진 ‘힌남노’가 부산을 향해 북상하면서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빌딩풍이 강하게 불었다.
빌딩풍은 고층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풍해’로, 높이 150m 이상 빌딩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도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빌딩의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급강하하거나 풍속이 2배 이상 빨라지는 현상이다.
또 파도가 마린시티 해안도로 옆 구조물을 넘어 4차로 해안도로를 덮치는 월파 피해가 발생해 바닷물이 고층 건물 사이 도로 안까지 들어왔다.
이날 오후 11시40분쯤 해운대구 마린시티 방파제 앞에서 남성 A씨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10m 가까이 밀려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당시 A씨는 휴대전화로 태풍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상륙 시간이 만조 시간(오전 4시31분)대와 겹치면서 부산지역 해안가는 월파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서구 암남동 송도 한진매립지 주변 송도해변로 일대가 침수되면서 차량 2대가 물에 잠겼다. 이 바람에 차량에 갇혔던 50대 B씨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B씨는 “차량에 물이 차올라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119에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는 차량 유리를 부순 뒤 B씨를 무사히 구조해 경찰에 인계했다.
또 송도해수욕장 주변 상가와 민락수변공원 옆 상가 유리창이 강풍에 부서지고, 일부 세대는 정전이 되기도 했다. 서구 암남공원과 금정구 온천천이 침수되고, 수영구 민락회센터 일대는 정전됐다.
부산진구 개금동 주택 내 창고 지붕이 강풍에 내려앉았고, 부암동 한 중학교 지붕이 통째로 날아갔다. 중구 남포동 한 상가는 물에 잠겨 1시간에 걸친 배수 작업 끝에 침수에서 벗어났다.
영도구 대평동 물양장과 5부두에서는 선박을 고정하기 위해 연결된 홋줄이 터져 해경이 출동해 선박 8척의 홋줄을 보강했다.
이날 오전 7시12분쯤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30대 남성 C씨가 강풍에 떨어진 건물 외장재에 맞아 머리 부분이 찢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태풍 힌남노는 원전도 멈춰 세웠다. 이날 오전 6시쯤 신고리원전 1호기 터빈 발전기가 멈춰 섰다. 터빈 발전기 정지 이후 원자로는 25% 출력을 유지하며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방사선 유출 등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광안대교와 남항대교, 부산항대교, 거가대교 등 부산지역 7개 해상교량의 통행이 통제됐다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해제됐다. 남구 대남·문현 지하차도와 해운대구 중동, 용천, 수영강변, 센텀 지하차도, 동구 초량 제1·2지하차도, 부산진시장 지하차도 등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순차적으로 통제가 풀렸다.
또 이날 첫차부터 운행이 전면 중단됐던 시내·마을버스와 도시철도 지상구간, 경전철·동해선 운행이 이날 오전 7시15분 시내버스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정상화됐다.
전날 항만 운영을 전면 중단한 부산항은 신항과 북항, 감천항의 보안 펜스 등 일부 시설물이 파손됐으나, 항만 운영에 지장을 줄 만큼의 큰 피해는 없었다.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전 7시10분 울산 앞바다로 빠져났으나,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방은 이날 하루 종일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안지역은 폭풍 해일과 함께 높은 너울성 파도가 덮칠 것으로 전망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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