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본부장 “USTR와 양자협의” 시작
尹, 차별적 보조금 부당함 알려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오는 29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 미 부통령의 방한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2월 마이크 펜스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어제 “한·미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문제, 경제안보, 주요 지역 및 국제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가결과 강달러 현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감안할 때 주요 의제는 경제안보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그제 브라이던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안 본부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와 양자 간 협의채널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이 만들어진 상황’이라며 유보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맹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대만의 세계 3위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의 7조원 규모 한국 투자를 미국으로 가져갔다. 한국의 공장 건설 비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말에 러몬드 장관은 즉석에서 “거기에 맞춰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110억9000만달러에 그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ODI)는 전년 대비 124% 급증한 254억달러에 이르는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이번 해리스 방한은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 정부는 뒷북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입법이 완료됐다지만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연말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2025년 현대차가 미국 공장을 짓기 전까지 시행유예를 두는 것만으로도 한·미 양국은 ‘윈윈’할 수 있다. 미국의 전기차 차별은 단순히 개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미래차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하나”라고 누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차별적 보조금에 대한 부당함을 적극 알려야 한다. 미국 주도 반중 반도체 협의체인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출범 연기와 전기차 문제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는 19∼20일 미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경우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미국도 ‘자국우선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동맹국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옳다. 한국산 전기차 푸대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인 대우 의무규정’을 위반해 무역 분쟁을 부를 수 있다. 중국의 반발에도 국익 차원에서 어렵게 ‘칩4’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동참을 결정한 동맹국에 일방적 피해를 강요해선 안 된다. 올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4대 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액만 80조원에 이른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간 한국 등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안보 동맹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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