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말레이·베트남 등으로 눈돌려
중국 무인기(드론)가 대만 해협 중간선에 반복적으로 진입하는 등 대만해협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중국군 드론 정찰기 KVD-001 1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미사일 유도 기능이 있는 중국군 드론 KVD-001은 최고 속도가 시속 140㎞, 최대 작전 반경은 200㎞, 최대 비행시간은 10시간으로 정찰 감시 임무 및 원격 통신 중계가 가능하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군 무인 정찰기 TB-001 1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처음으로 넘은 데 이어 10일에도 무인기 BZK-005 1대가 중간선을 넘었다.
TB-001은 최고 속도 시속 280㎞, 최대 상승 고도 8㎞, 최대 이륙 중량 2.8t으로 1t 이상의 장비를 탑재하고도 35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BZK-005의 순항 속도는 시속 150∼180㎞이고, 비행거리는 2400㎞로 추정되는 정찰기로 최대 비행시간은 40시간이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지난 5일에는 BZK-007 1대가, 9일에는 BZK-005 1대가 각각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은 바 있다. BZK-007은 중·대형 정찰용 드론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230㎞, 16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군이 이달 초 최전선 진먼다오(金門島) 부근에 출몰한 중국 드론을 격추한 일도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인민해방군은 민감한 지역에 특수 임무를 위한 전투기를 보내기 전에 무인기가 먼저 정찰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군용기의 중간선과 ADIZ 침범에 대해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려는 전술이자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군 군용기와 함께 대형 무인 정찰기가 중간선을 넘는 것에 대해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 쑤쯔윈(蘇紫雲) 연구원은 “중국군이 드론으로 체계적인 장거리 훈련을 하려는 것”이라며 “점차 연합작전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지표”라고 밝혔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에 자리를 잡은 대만 다국적 기업들이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투자를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CMP에 따르면 2015년 110억달러(약 15조원)에 가까웠던 대만인의 중국 투자는 2019년 약 42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중국의 방역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투자가 각각 59억달러씩 다소 반등했지만, 점점 더 많은 대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미국, 멕시코 같은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 컨설팅회사 AIBP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대만 투자자들은 동남아시아에 53억달러(약 7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대만의 전체 해외투자의 38.7%를 차지한다.
대만인들은 1980년대부터 중국 본토에 투자를 해왔고 현재 광둥성 주장(珠江) 삼각주의 중심도시 둥관과 상하이 외곽 쿤산 같은 도시에 4200개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 컨설팅업체 PwC의 켄트 충은 “대만 기업인들은 중국 내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더 많은 대만인이 베트남을 살피고 있고 미국과 대만 간 무역 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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