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한국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연 이정재에게 남우주연상을 시상했다. ‘오징어 게임’은 앞서 4일 게스트상(이유미)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부문을 수상해 올해 에미상 총 6관왕에 올랐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영미권이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가 후보로 지명되고 상을 받은 건 에미 74년 역사상 ‘오징어 게임’이 최초다.
2020년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며 92년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듯 ‘오징어 게임’도 미국 방송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국제 영화제인 아카데미와 달리 에미상은 미국 TV 프로그램이 중심이 돼 왔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 수상은 더욱 값지다. 한국 드라마가 전인미답의 영토에 발을 디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K콘텐츠의 저력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입증한 ‘오징어 게임’의 수상에 찬사를 보낸다.
K콘텐츠는 방탄소년단(BTS)의 K팝,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에 이어 이제 드라마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공개 후 53일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달리며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제작비 2100만달러(약 288억원)를 들여 10억달러(약 1조3730억원) 가치를 창출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무엇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특화된 자막 서비스로 언어 장벽이 무너진 게 주효했다. 콘텐츠만 좋다면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체 온라인 배급망을 갖추지 못하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을 터뜨려도 추가 수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얘기를 듣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토종 OTT의 세계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K콘텐츠의 선전이 경제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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