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확정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적자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 위기 상황에 한해 재정준칙의 예외를 적용하도록 했다. 정부가 쓰다가 남긴 예산인 세계잉여금의 국가채무 상환비율은 현행 3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높인다. 이런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시행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지표를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규범이다. 지난 몇 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재정준칙 도입은 한시가 급한 국정과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재정적자가 매년 100조원 수준에 달하고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에서 올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건전 재정 기조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국가재정 운용의 자세”라며 “재정 총량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개편방안도 마련했다. 예타 면제는 박근혜정부 94건(25조원)에서 문재인정부 149건(120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제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재정 문지기’ 역할을 다하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예타 면제 대상인 문화재 복원사업은 주변 정비사업이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인 경우, 국방 관련 사업은 전력 외 사업인 경우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규모 복지사업은 가급적 시범사업을 진행해 예타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예타 개편을 위한 법령·지침 개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건전 재정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다. 내년 재정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바짝 긴장해야 할 때다. 관련 법 개정 작업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준칙과 예타 개편 외에 재정지출 효율화 등 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재정 성과가 미흡한 사업의 예산 삭감 등 지출 구조조정 원칙을 세우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재정건전성은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다. 정부가 사명감을 갖고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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