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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에미상 6관왕…‘오겜’ 신드롬, 문화장벽 허물었다

입력 : 2022-09-14 06:00:00 수정 : 2022-09-14 09: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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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 일으킨 ‘오겜’

28일간 16억5045만시간 시청
기존 1위 작품보다 10억시간↑
19개국 방영… 문화장벽 허물어
美 각종 시상식서 23개 트로피

1조대 ‘오겜 효과’ 넷플만 누려
K콘텐츠 생태계 종속 우려 남겨

‘오징어 게임’이 12일(현지시간) 세계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여섯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에미상 74년 역사에서 비영어권 드라마가 후보로 지명되고,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그룹 방탄소년단 빌보드·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 등 영화·음악에 이어 드라마까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세계 주요 시상식 장벽을 ‘K-콘텐츠’가 모두 무너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K-콘텐츠가 어떤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성공 사례다. 하지만 월등한 지위를 가진 넷플릭스 등 거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중심으로 국내 관련 산업이 재편되면서 수익 독식 우려 등도 커지고 있다.

영광의 얼굴들 미국 에미상 74년 역사에서 비영어권 드라마로 6관왕을 차지하는 신기원을 세운 ‘오징어 게임’ 주역들이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 시상식 포토월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정호연,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배우 이정재, 박해수.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은 공개 직후부터 최초의 기록들을 써내려왔다. 이 작품은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5045만시간을 기록했다. 햇수로 18만8000년, 영화와 TV 부문 통틀어 넷플릭스 사상 최다 시청 시간이다. 이전 1위였던 영어권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1’(6억2549만시간)과 비교해도 10억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단순히 대중적 인기를 넘어 비영어 작품으로서 세계 콘텐츠 업계 판도를 바꾼 드라마이기도 했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미국 시상식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모두 최초였다. 에미상을 비롯해 미국 내 각종 시상식에서 총 23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상식은 단지 작품의 성과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가진 시대적 의미를 내포한다”며 “오징어 게임의 성과는 글로벌 협업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비롯한 비영어권 콘텐츠들이 주류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신드롬으로 이어진 건 무엇보다 작품성이 높았지만 OTT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를 망라하는 OTT 덕분에 오징어 게임은 190여개국에서 각국 자막으로 동시 공개됐다. 공들여 완성한 번역으로 만들어진 자막도 제 몫 이상을 해냈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었다면 오징어 게임은 이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린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OTT는 혁명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며 “감정적으로 타 문화권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작품도 글로벌 협업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자본이 투자를 꺼렸던 오징어 게임에 약 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가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OTT 수익 분배는 새로운 이슈가 됐다. 선풍적 인기를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는 최근 공개 강연에서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하고 방영권만 팔았다”며 “IP(지식재산권) 확보는 제작사의 생존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시상 때 인형 ‘영희’ 깜짝 등장… 이·정 ‘퍼포먼스’

 

‘리정재(Lee Jung-jae)!’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이정재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식장엔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무대 앞쪽 원탁에 앉아 있던 이정재(50)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함박웃음을 지었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오영수, 박해수, 정호연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정재는 바로 옆자리의 대상그룹 임세령(44) 부회장과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눈 데 이어 근처 자리에 있던 미국 배우 엘 패닝과 반갑게 양손을 잡은 뒤 무대로 올랐다. 드라마 ‘더 그레이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엘 패닝은 ‘오징어 게임’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트로피를 받은 이정재는 먼저 영어로 하나님과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제작진·출연진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한국어로 국민과 가족·친지, 팬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은 인사말 시간이 40여초밖에 안 돼 미리 영어로 써 온 수상 소감을 낭독했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에겐 더 크게 감사하다”며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를 외친 뒤 “테드, 내가 지금 당신 이름을 말했어요”라고 해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74년 역사를 지닌 미국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 무대에 ‘오징어 게임’ 속 술래 인형인 ‘영희’가 등장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열연한 배우 이정재와 정호연이 영희 앞에서 세계인을 사로잡은 극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재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시상식 중엔 오징어 게임을 위한 특별 무대가 열리기도 했다. 이정재와 정호연이 팔짱을 끼고 버라이어티 스케치 부문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무대 한쪽에는 극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영희 인형이 들어섰다. 이를 본 이정재와 정호연은 마치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잠시 멈춰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시상식에 앞서 황 감독과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징어 게임 출연진은 포토월과 레드카펫 등 가는 곳마다 이목을 끌었다. 지난 2월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댕기 머리’ 패션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정호연은 이날 단발머리 위에 올린 머리 장식을 선보였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손깍지를 끼고 다정한 모습으로 레드카펫에 선 이정재와 임 부회장 커플이다. 임 부회장은 지난 5월 이정재의 첫 감독 연출작 영화 ‘헌트’가 제75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을 당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관람했지만, 레드카펫은 함께 밟지 않았다. 이정재와 임 부회장은 2015년 교제 사실을 정식 발표하고 8년째 공개 열애 중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황 감독에게 보낸 축전에서 “이번 수상은 2011년 ‘도가니’, 2014년 ‘수상한 그녀’, 2017년 ‘남한산성’을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쌓인 감독님의 치열한 노력과 재능이 꽃피운 결과”라면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 황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 여러분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정재에게도 축전을 통해 “앞으로도 세계에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주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12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엘르 패닝(오른쪽)이 이정재를 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콧대 높은 에미상 역사 새로 써”

 

“‘오징어 게임’이 콧대 높은 에미상 역사를 새로 썼다.”

 

전통과 권위의 에미상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필두로 총 6개 부문에서 수상하자 외신은 에미상의 변화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징어 게임과 이정재가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 NYT는 수상 소식을 전한 12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한국 등의 빈부 격차와 도덕적 파탄에 대한 현실 세계의 우려를 다룬 시리즈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 스타일의 운동복과 검은 마스크가 많은 핼러윈 의상에 영감을 주었고 달고나 사탕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오징어 게임의 수상이 역사적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LAT는 “오징어 게임은 제작 계획 중인 두 번째 시즌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에 앞으로 에미상 점유율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대중문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 역시 “이정재와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대서특필했다. 버라이어티는 이정재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남우주연상을 탄 사실을 지적하며 이정재가 감독으로서도 영화 ‘헌트’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고 전했다.

 

LAT는 별도 기획기사에서 이날의 쾌거가 단지 오징어 게임에게 주어진 하룻밤의 영광이 아니라 에미상의 한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은 시즌2가 확정된 만큼 더 많은 에미상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권이선·이강은·이현미·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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