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5년간 12조원을 투입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신재생에너지전환사업)’에 대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추진단)의 1차 표본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2개 지자체(12%)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법·부당사례가 무려 2267건(집행금액 2616억원)이나 적발됐다고 그제 밝혔다. 위법·부정대출이 1406건(184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뒤로 허위로 보조금을 받은 사례 845건(583억원), 입찰특혜 등도 16건(186억원)이나 됐다. 이 가운데 80.5%인 2108억원이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태양광’과 관련된 것이었다. 졸속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공사비를 부풀려 실제 사업비보다 과다하게 대출을 받거나, 공사 자체가 없는데도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돈을 빌린 사례가 99건에 달했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는데도 가짜 버섯재배 시설이나 곤충사육 시설을 꾸며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짓고 대출금을 챙긴 수법도 20여건이나 적발됐다.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지자체 등의 도덕적 해이 역시 심각했다. 지자체들은 발전 설비자금을 타낸 뒤 다른 마을회관을 짓는 데 돈을 썼고, 사업을 잘게 쪼개 수의계약 대상을 만든 뒤 특정업체에 몰아주는 일도 있었다.
이번 조사가 12곳을 표본으로 한 점을 감안하면 위법·불법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추진단은 표본조사에 대해 “사례를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정부가 현재 7%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고, 그 주축이 태양광이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전략산업기반기금사업은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는 만큼 중단·축소돼선 안 된다. 전기료 3.7%를 적립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모범적인 지자체 등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민의 세금을 멋대로 쓰는 자,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비리가 있다면 발본색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전 정부 때부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비등했던 만큼 ‘세금사냥꾼들’을 일벌백계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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