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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르는데…‘쌀값’은 왜 1년 새 20%나 떨어졌나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09-16 06:12:29 수정 : 2022-09-16 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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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물가 고공행진 속 나홀로 ‘뒷걸음’
2021년 풍년으로 공급 과잉…소비도 감소
농가 “정부 시장격리 실패로 가격 상승”
정부 “9월 말 쌀 수급 안정대책 발표”

농축산식품, 원자재, 유통·물류비 등 모든 가격이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나홀로 가격 하락세를 걷는 품목이 있다. 국산 쌀이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달 쌀 20㎏(상품) 평균 도매가는 4만5794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6917원보다 19.5%(1만1123원) 떨어졌다. 쌀값은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15일 경남 함안군 가야읍 묘사리 한 논에서 농민이 농기계를 이용해 수확을 1개월여 앞둔 볏논을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쌀값 폭락의 원인은 시장에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388만t으로 전체 수요로 추정되는 361만t을 웃돈다. 이로 인해 7월말 기준 쌀 재고량(농협, 민간 포함)은 47만t으로 지난해보다 18만t 증가했다.

 

재고가 늘어나면서 전국에 쌀을 저장할 창고가 부족해 신곡 수매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곧 본격적인 수확 시기를 앞두고 급히 재고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쌀값을 낮췄다가 햅쌀 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올해는 이른 추석으로 햅쌀이 평년보다 보름이상 빨리 나오면서 쌀값을 더욱 끌어내렸다. 전남도와 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전후 수확한 조생종 벼 햅쌀 가격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상황이 이러니 ‘풍년이 위기’란 말도 나온다. 농가들은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주식인 쌀의 가격 안정을 위해 시장에 공급되는 양을 적극적으로 조절한다. 공급이 과잉일 때는 남는 물량을 사들이는 ‘시장 격리’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며, 공급이 부족하면 비축 물량을 풀어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게 한다.

 

그런데 지난해 풍년으로 공급이 과잉되면서 쌀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정부가 제 때 시장격리를 하지 못해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전북도청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라북도연합회 소속 농업인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쌀값 하락 대책 염원을 담아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 마련 촉구 건의문’을 채택한 전북 완주군 의회의 김규성 의원은 “지난해 쌀 생산량 증가와 쌀 소비량 위축으로 쌀값 하락을 우려한 농민들이 즉각적인 시장 격리제를 요구했음에도 정부는 뒤늦게 최저가격 입찰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시행하면서 쌀값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도 전북도청 앞에서 정부에 ‘쌀값 하락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경남 함안군에서도 농민 100여명이 모여 ‘경남 농민 투쟁 선포 대회’를 열고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다만 쌀값 하락의 원인을 반드시 정부의 시장격리 실패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풍년으로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이 27t이라고 보고 정부가 시장 격리에 나섰으며, 거기에 10만t을 추가로 격리했는데도 재고가 많이 남았다”면서 “쌀 소비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으며 시장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원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쌀 소비 감소는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 양곡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로 1990년 120㎏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산 쌀이 남는데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따라 매년 쌀 40만8000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재고는 계속 쌓여가는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이에 정부는 쌀 소비 촉진 대책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밀가루 대신 쓸 수 있는 분질미를 활용해 쌀 소비를 늘리자는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에서 2019년 ‘바로미’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분질미는 쌀이지만 전분 구조가 밀가루와 비슷해 빵이나 떡과 같은 가공제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기존 쌀은 가루로 쓰려면 물에 불려야 했지만 분질미는 그럴 필요가 없다. 기존의 논농사 기계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업진흥청이 올해 작황조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 말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시장격리 조치가 필요한지, 물량은 얼마나 필요한지, 아니면 다른 수급 안정 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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