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동생 “언니가 신고 많이 했는데 풀려나… 몇 번씩 보복”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휘둘러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범행 과정에서 다친 손을 치료받고 경찰서로 호송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15일 오후 치료를 마치고 나온 피의자 A(31)씨는 왼쪽 손에 붕대와 깁스를 감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호송 차량에 올라탔다.
서울교통공사 전 직원인 A씨는 전날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B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전 A씨는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1시간 10분여간 신당역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흉기를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흉기에 찔린 B씨는 화장실에 있는 콜폰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역사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시민 1명이 현장에서 A씨를 제압했다.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지 약 2시간 반 만인 오후 11시30분쯤 숨졌다. A씨는 손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A씨와 피해자 B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알고 지내다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한다. 범행 당시 A씨는 불법촬영 혐의로 직위해제 된 상태였다.
A씨는 1심 선고를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에게 만남을 강요하는 등 스토킹을 해오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했다. A씨는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과 7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은 이날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B씨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뒤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스토킹 가해자였던 A씨는 따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경찰 신변 보호를 받았지만,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보호 조치가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범행 당시에도 스마트워치 등을 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의 동생은 이날 경향신문을 통해 “언니가 경찰에 신고도 많이 했는데 (A씨가) 풀려났나 보다. 그래서 (A씨가) 언니한테 몇 번씩 보복했다”라며 “동기 사이였고, 교제는 하지 않았다. 언니는 (A씨가) 싫어서 ‘그냥 동기로만 지내자’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들이 (피해자가) 우리 언니인 줄 모르고 ‘그 사람(A씨)은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때 직원들이 언니를 한 번 죽인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B씨의 큰아버지는 연합뉴스에 “조카가 부모님께는 (스토킹 피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사촌 여동생에게 남자가 스토킹하고 있고 자기를 귀찮게 해 경찰한테 도움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보호요청을 연장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시간대에는 (역무원들을) 2인 1조로 근무시키는 거 필요하다”며 “매뉴얼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게 너무 안일했던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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