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피고인에겐 최대한 방어할 기회 줬는데,
피해자 고소사건이라는 이유로 스토킹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역무원 살해 사건에 대해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최대한 배려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가 ‘입사 이후 내내 스토킹을 당했다’고 하는데 아마 스토킹이 심해진 것은 불법촬영죄로 지난해 10월 피의자로 신고된 때인 것 같다”며 “그런 와중에 피해자가 계속 미행 등 괴롭힘당하면서 스토킹으로 신고해 2월에 이미 사건화가 됐다. 그때 뭔가 조치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이어 “스토킹 처벌법의 가장 문제는 친고죄가 있다 보니까 합의를 종용해야 사건이 철회되지 않나”라며 “그래서 스토커들이 피해자를 쫓아다니면서 계속 합의 종용을 하고 협박할 수 있다는 것은 입법 당시부터 얘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 개정이 안 되고 있다가 계속 합의해 달라며 점점 심해지는 스토킹을 해서 결국 6월에 다시 한번 문제가 됐다. 그때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구속했다면 이 여성은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피고인에겐 방어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다 줬다”며 “구속하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에서 상습 스토킹인데도 구속영장 청구도 안 했다. 지금 주소가 분명하고 이분이 전문직이었다는 것 때문에 결국 모든 재판에서 유리할 수 있는 정황을 낼 수 있도록 다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역무원 살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지속해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한 것을 두고 “결국 피고인의 비정상적인 사고, 아마도 인지적인 여러 왜곡부터 시작해 거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걸 따지기에 앞서 재판 절차가 피고인에게 얼마나 인권 보호적인지를 시사하는 여러 가지 포인트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더불어 A씨의 상습 스토킹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0월에 불법촬영죄로 영장을 신청했는데 기각됐고, 올해 들어 두번 이상 아마도 입건 비슷한 걸 한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수사기관에서 영장 청구를 할 수 있었다”고 추가 영장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까 이게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최대한 배려했구나’ 경찰도, 법원도 불구속 상태에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게 했다. 반성문까지 마지막까지 받아주면서”라며 “문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기껏 경찰에서 한달 동안 신변 보호해 주고는 결국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사건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은 사건으로 보인다”면서 “스토킹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피해자 중심의 사법제도는 전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한달간 신변보호 조치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되는 게 사실 누구를 감시해야 하나”라며 “잘못한 일을 한 사람을 감시해야 하나, 아니면 피해자를 감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상생활에 불편할 수 있는 정도로 괜찮냐고 경찰이 전화하고 이렇게 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실 경찰에게 너무 번잡한 일을 유발하는 것 같으니까 한달 정도 큰일이 없으면 사실 대부분 괜찮다고 종결을 요청할 수 얼마든지 있지 않나”고 문제 제기했다.
피의자 A(31)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B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범행 당시 A씨는 불법촬영 혐의로 직위해제 된 상태였다.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만남을 강요하는 등 스토킹을 해오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했다. A씨는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과 7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건이 병합된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B씨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뒤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A씨는 따로 접근 금지 명령은 받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경찰 신변보호를 받았지만,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보호 조치가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범행 당시에도 스마트워치 등을 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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