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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칼럼] 정상회담 통해 강대국들과 관계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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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8 22:55:17 수정 : 2022-09-18 22: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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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유엔총회 참석 계기
美·日과 정상회담 재개 예정
스와프·강제징용 등 의제 논의
연대속 이익추구 전략 구사를

제1·2차 세계대전 이래 국제 질서는 전(前)세계화·냉전 질서, 세계화·탈냉전 질서, 탈세계화·신냉전 질서의 순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동인은 각기 다르지만 20세기 이래 국제 질서는 역사적으로 반복해왔고, 지금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전세계화·냉전 질서 중 1970년대에 국제 사회는 일시적으로 데탕트(긴장 완화)를 경험했고, 이는 1979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종식되어 다시 냉전 시대로 돌아갔다.

오늘날의 상황은 일견 그때와 유사하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데탕트 시대가 종식되고 냉전으로 회귀했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탈냉전 시대가 저물고 신냉전 시대로의 이행은 가속화하고 있다. 소련·아프간 전쟁은 강대국이 결국 패퇴했다는 점에서 ‘소련판 베트남 전쟁’이라고 불리우며 소련 붕괴의 원인이 되었다.

이상환 한국외대 교수 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1980년대 초중반 이후 세계가 세계화·탈냉전 질서 시대로 이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87년 소련의 새 서기장으로 집권한, 그리고 최근 세상을 뜬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신사고’(개혁·개방)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사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은 러시아와 역내 우호 국가들을 상대로 한 발언에서 외세 개입으로 인한 ‘색깔 혁명’이 일어나지 않게끔 상호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 해외 순방 중 유엔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고, 한·일 정상회담도 조율 중이며, 최근 방한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난 윤 대통령은 시진핑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현 정부는 불안정한 국제 질서 속에서 강대국과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고자 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한 통화 불안 해소를 위한 통화스와프 재개 관련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반도체·배터리 등 각종 산업의 공급망 강화, 미래 성장 산업의 과학 기술 협력 기반 구축 등 세일즈 외교와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해소도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이후 4개월 만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면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수차례 만났으나 공식 정상회담은 갖지 못했다. 회담 의제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으나 강제징용 등 현안 논의와 함께 양국 신정부 수장 간 만남 재개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한편 최근 방한한 리잔수는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현안에 대해 원론 수준의 의견을 교환한 반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는 사드에 관한 중국 측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북한 비핵화, 반도체 동맹 등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통렬히 비판했다고 한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후 강대국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 매진해왔다. 지난 정부 하의 껄끄러운 한·미 관계를 회복하고, 적대적인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며,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 관계를 한·미·일 3국 관계와 조화를 맞추는 수준에서 관리하려 하고 있다. 미·중·일 3국이 각각 중간선거,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아베 신조 전 총리 사후 처리 등 국내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연말까지는 불안정한 과정이 지속될 것이며, 이에 우리는 시기적절한 활로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오늘날 국제 질서 안정을 위해 강대국 간 가치 공유가 중요하나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힘의 논리로 이를 이뤄내기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제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시기에 우리는 강대국 내부 동향을 직시하며 전략을 구현할 시점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있을 미국·일본·캐나다와의 정상회담이 신정부 외교안보 세부 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상환 한국외대 교수 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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