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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정상외교에서 실익 거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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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9 23:04:05 수정 : 2022-09-19 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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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영·미·캐나다 순방길
정상회담·유엔총회 연설 예정
국제정세 진지하게 성찰하고
국익 지키려는 결연함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길에 올랐다.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이후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20일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제77차 유엔총회 기간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23일 캐나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연다.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가치 동맹’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할 기회다.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따져야 할 것이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한·미 통화 스와프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와 7차 핵실험 준비에 대처할 공조 방안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윤 대통령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역사 문제와 경제·안보 분야 등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양국 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정상회담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외교와 협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급선무다. 공감대 형성 수준에 머물더라도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화답을 이끌어낸다면 회담 성과로 간주할 수 있다. 유엔총회의 빡빡한 일정에서 짧은 시간 동안 긴박하게 진행되는 회담이므로 더 이상의 기대는 난망하다.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도 중요한 외교 일정이다. 유엔 무대에 데뷔하는 자리에서 ‘자유·연대, 경제안보, 기여 외교’를 중심으로 한 외교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그동안 취임사 등에서 강조해온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과 비전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설명하면서 북한 도발 억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우리 외교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정부의 구체적인 외교정책 방향이 제시된 적이 없다. 이번에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을 내놓고 유엔총회 연설에서 외교 청사진을 밝히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선 우리나라의 국격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윤석열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은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격변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자유 무역에 기반한 국제 분업 체계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와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반미 연대’가 맞서는 신냉전 양상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과 경쟁의 본질은 외교 행위자들의 실익 추구에 있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기의 실태를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지향하는 외교 좌표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외교의 컨트롤 타워를 바로 세우고, 외교 현안들을 다룰 액션 플랜을 정교하게 수립해 결단력 있게 이행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다양한 글로벌 협의체에 참여해 국제 네트워크를 두텁게 다져나가는 게 국익을 지키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쪽만 바라보면서 미래를 열어나갈 순 없다. 가치와 이익을 함께 챙기는 실용외교가 절실하다.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바라는 것은 국익을 지키려는 지도자의 결연한 자세다. 그래야 겉치레 구호가 아닌 실익을 거두고 귀국길에 오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제 정세와 국익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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